글 - 허공에 쓴 편지

186, 머피의 법칙(Murphy''s law).

虛手(허수)/곽문구 2007. 12. 30. 05:55

아주 오래된 일이지만
시골에서 어쩌다 한번씩 있는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 나올 때
하필이면 내가 도착하기 직전에 버스가 떠나버려서
다음 버스가 올 때까지 오랜 시간동안 기다려야 할 때가 자주 있었습니다.

요즘도 가끔 있는 일이지만
어쩌다가 한번씩 택시나 시내버스를 탈 일이 있을 때도

예전에 있었던 비슷한 경우를 심심찮게 경험하곤 합니다.

차가 막히거나 단 몇 분이라도 빨리서둘러 가야하는 길에서

왜 하필이면 내가 서있는 차로가제일 늦게서야 정체가 풀리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비가 올 것 같아서 우산을 챙겨들고 나섰으나
우산은 펴 보지도 못한 채 거추장스러운 짐만 되는 날도 있고,
반대로 우산을 가져갈까 말까 망설이다 두고 나오는 날엔
심술궂게도 장대비가 쏟아져 난감할 때가 더러 있었습니다.

늦은 시간에 휴대전화가 삑삑거려확인해 보니
"안전하게 모십니다. ㅇㅇㅇ대리운전"
하루가 멀다하고 밤마다 오는 소식입니다.

여태껏그냥 지나쳐 왔던일인데도오늘따라 짜증이 납니다.

"4xx-3333"
"어디로 보내드릴까요?"라며 반기는아짐에게
대뜸 '앞으로문자같은 건보내지 말라'는나의 대꾸가

벌레를 씹었을 때의언짢은 기분은 아니었는지모르겠습니다.

올 겨울이 시작되기 전부터 작심하며 눈을 기다려 왔으나
유난히도 눈이 인색한 겨울입니다.

며칠 전부터 눈 소식이 있어
렌즈를 닦고 또 닦으며 한껏 기대를 하고 있었으나
밤이 되어서야 세찬 바람에눈 방울 몇 개가 흩날리고 있습니다.

기왕 눈이 내리기 시작했으니

내 어릴적 초가지붕 위에도 장독대 위에도 나뭇가지에도

소복히 내려 쌓인 아침을 맞아

어려운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그곳에도 이곳처럼 눈이 쌓여있냐'고 물어 볼 수 있으면좋겠습니다.

그러나 세상을 살다보니

바램했던 쪽 보다는

우려했던 쪽에서 결과가 더 자주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건
나 혼자만의 느낌인지는 모르겠습니다.

2007, 12,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