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手(허수)/곽문구 2007. 7. 29. 11:02

( 2006, 1, 12, 목요일 )

떠나보내는 이의 말년을 생각하며
속이 상해서 술을 조금 많이 마셨더니
머리도 아직 개운치가 않고
기분도 제자리를 찾기까진 조금 더 있어야만 할 것 같습니다.

집안에 애사가 있어서 사흘동안의 외출에서 돌아왔더니
평소 외출이 잦지않는 나로선
다시 보는 가족들이 반갑고 마음이 편안해 집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마음이 허할 땐 떠나온 고향을 생각하곤 하는가 봅니다.

비록 새날이 밝아 아침 밥상머리에서 부터
티격태격하는 일들이 다시 시작된다 해도
그렇게 사는 게 인생이라 생각하면 오히려 즐거울 일입니다.

그러나, 필요할 때 말고는 아비를 찾는 빈도가 적어지는 듯 싶은 녀석들을 보며,
남편이 허공에 긴 한숨을 내쉬든 말든 관심조차 없는 듯 싶은 아내를 보며,
텅빈 하늘에 하얀 솜털구름이라도 몇 조각 떠다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내 마음의 공허함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맑은 햇살 탓에 어제불던 삭풍도 많이 무뎌진 느낌의 휴일,
산으로 떠났던 친구들이 보내오는 문자메시지에
반갑고 고마움 보다는 약간의 시기와 부러움이 앞섭니다.

아무런 계획이 없는 날이면 으레 카메라를 챙겨서 훌쩍 밖으로 나서며
아내라도 간식거리를 챙겨서 따라와줬으면 하는 호사스런 기대도 해 보지만
내 뜻을 알 턱이 없는 사람은 미동조차 않습니다.

한번쯤 함께 나서길 청해 봄직도 하나
아내는 아내만의 시간과 일도 있겠는지라
생각을 훌훌 털어버리고 길을 나서곤 합니다.

그런 날엔 가끔씩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함께 있어서 늘 행복했던 것도 아니요,
혼자라 해서 늘 외로운 것도 아니었으며,
남아있는 날들도 별로 달라질 게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 때면
누군가 함께 하는 것에 집착할 일 만은 아닙니다.

함께 있어줘서 늘 고맙다고 해야 할 일이나,
잘 못 해줘서 늘 미안하다고 해야만 할 일이나.....,
내 안의 욕심을 채우지 못해서 서운해하는 내 자신의 그릇됨을 잘 알기에
삭히고 털어내는 일도 결국엔 내 몫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홀로 와서 홀로 떠나는 게 인생이라고 들 하지만
살아있을 때 만큼은 자신이 스스로 원하지 않는 한
홀로 남겨지는 일은 없어야만 할 일입니다.

부인도 두 아들도 있었지만
말년을 외롭게 사시다 홀로 떠나셨던 분이기에
그렇게 사느니 차라리 잘 가셨노라며 배웅을 하던 마음이 씁쓸한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내 자신의 말년도 그럴 수도,
그 보다 더 할수도,
내일에 있을 일에 관해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