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허공에 쓴 편지

151, 2005 送年편지

虛手(허수)/곽문구 2007. 7. 29. 11:01

( 2005년 12월 31일 토요일 )

사람들은 한 해의 끝자락에 설 때마다
세월의 흐름에 대해 '벌써' 또는 '어느새'라 말하곤 합니다.

그것은 어쩌면,
새로 시작할 때의 마음갖임으로 일상에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안의 욕심을 다 채우지 못함에 대한 집착때문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내 삶은 왜 이토록 버거운가?"란 명제에 부딪칠 때마다
"내 안의 욕심"탓이라며 비우는 연습을 부단히 해 보지만,
살아 숨쉬는 한 결코 쉬운일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이럴 땐 차라리
'인생여로에 번뇌는 필연'이라 여기며 사는 것이
더 마음편한 일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또 한편으론, 내가 지나온 시간들 속에서
알게 모르게 타인의 삶에 무거운 짐을 얹어놓지는 않았는지,
나로 인해서 심난해 하는 사람은 또 없는지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이런 시간들 만큼은
오만해진 내 자신을 제 자리로 되돌려놓는 엄숙한 의식이자
내 위에 얹혀진 짐들을 내려 스스로 가벼워지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반성과 후회와 용서의 마음 속에는
기쁨은 물론 슬픔까지도 함께 나눴던 이들에 대한
고마움과 소중함도 들어있습니다.

외롭고 고단한 인생살이의 긴 여로에서
비록 한 순간이나마 함께 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앞으로 다가올 날에 함께하는 시간들이
짐을 얹고 얹힘이 아닌 짐을 덜어주는 그런 인연이기를,
그리고 더 즐겁고 더 행복한 시간이기를 바램해 봅니다.

나이에 또 하나의 나이가 더해짐이

비록 얼굴에 실금으로 그어지거나검은 머리칼 몇 개가 하얗게 될지라도

남은 날들에 있어

무거움으로 자리메김 되지않기를 간절히 바램하곤 합니다.

날이 바뀌건

달이 바뀌건

해가 바뀌건 상관없이

보내고 맞이하는 순간마다의 경건한 바램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