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허공에 쓴 편지

133, 새벽풍경

虛手(허수)/곽문구 2007. 7. 29. 10:38

( 2005년 2월 27일 일요일 )

맑은 달빛 초롱한 별빛은 언제봐도 내 눈엔 아름다움입니다.
어쩌다가 아내와이런 느낌을 같이하고 싶을 때마다
평생동안 똑같은 별, 달을 보면서 새삼스레 감동을 느낄 게 뭐가 있냐는 듯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곤 해서 아쉬워하곤 했습니다.

저마다의 정서와 감정이 다를진데
내가 아닌 타인도 나의 느낌을 함께 해 주기를 바랜다는 것 자체가
잘 못 되어있는 일이긴 해도,
함께 있는 사람들과
하나의 사물에 대한 느낌의 차이가 작지않을 땐
아무리 흠뻑 젖어보고 싶을지래도 금새 헝클어지고 맙니다.

정서가 매마른 탓이니 감정이 흘러넘치느니 하며
상대를 서로 비꼬기도 하지만
함께 못함을 조금 서운해 할 뿐
사람마다 취향이 다른 탓에 이해 못할 일은 결코 아닙니다.

정월 대보름이 나흘이나 지났는데도
서쪽 하늘에 기울어 있는 달과 초롱초롱 빛나는 별들의 어울림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검지도 푸르지도 않은 밤하늘엔 맑은 달빛으로 엷게 드리우고
눈을 크게 뜨면 부셔서 제대로 바라볼 수 없을 것만 같은 별들이 촘촘히 박힌 채
가느다란 은빛을 쉼없이 쏟아져 내리고 있는 새벽풍경은
아무때나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이럴 땐 단잠에 취해있는 이를 깨워서라도 함께 바라보고 싶지만
보는 시늉한번 하고서 다시 잠자리에 들 땐
내 흥마져 깨질 수밖에 없는 일이라 마음을 접고 맙니다.

도시의 불빛에 흐려진 초저녁의 밤하늘은 모를 일이나
내 어렸을 때 아름다웠던 고향의 밤하늘 만큼
어른이 된 지금에도 새벽하늘은 그때와 똑같은 느낌이라서 좋습니다.

맑고 순수했던 내 어린 영혼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탁한 빛으로 물들여지긴 했어도
내 어릴 때 봤던 풍경을 다시 만나는 순간마다
나는 잠시나마 어린 영혼을 되찾고서 진한 감동을 느끼곤 합니다.

이럴 땐 차라리 혼자여서 더 좋을 일이기도 합니다.
이 짧은 순간만큼이라도
맑디맑은 의식에 물씬 젖어 있는게 좋습니다.

이 의식에서 깨어나는 순간
나는 이렇게 주절거리며 또 하루의 시간속으로 파묻히겠지요.

서로 부대끼며 살아야 한다고........
세상이란 이런 거라고........
인생이란 그렇게 사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