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일탈을 꿈꾸며
( 2004년 2월 02일 월요일 )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하루가 다르게 몸집을 불려가는달만큼
마음의 심난스러움이 늘어갑니다.
2월, 그리고 입춘이 내일 모레이고 보면
이제 겨울도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음에도
겨울의 기나긴 터널 속에 웅크린 채
깊은 동면에 빠져있습니다.
인생을 두번 살 것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영원한 삶을 누릴 것도 아니면서
순간 순간들의 소중함을 의식하지 못한 채
흐르는 강물에 몸을 내 맏긴 듯 유유자적 하는 심사가
두둑한 뱃장이라면 차라리 좋겠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조차도 모르면서도
하루 또 하루를 떠나보냄은
내 자신에 대한 직무유기이자 모욕이 아닐 수 없습니다.
크건 작건 새로 시작하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망설임은
의욕이 상실되어질 나이 탓이라 할 수도 있겠으나,
반면에 채념해야만 할 것에 끈을 놓지 못한 채 바둥거리는 어리석음에서
언제쯤이나 자유로울 수 있을런지....
문득, 모든 것 다 접어 둔 채 훌쩍 세상 밖으로 떠났다가
그곳에서 외로움 쓸쓸함 배고픔까지도 견뎌내지 못할 만큼 짙게 느끼고서
세상을 그리워하며 다시 되돌아 오는 여행도 좋겠다는 충동이 일어납니다.
부대끼며 함께 사는 사람들이
지금보다는 반갑게, 그리고 소중히 여기며
삶의 의욕까지도 덤으로 챙겨 올 수만 있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지라도
충분히 해볼만한 가치 있는 여행이 될 것만 같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와 새로 맞이할 봄은
충만된 의욕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산뜻한 날일 것만 같습니다.
마음은 챙겼으니
이제 떠나는일만 남겨놓은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