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가장의 책임
( 2003년 9월 30일 화요일 )
누군가가 가정의 화목이란 주제로 쓴 글 속에서
화목의 일차적인 책임은 남편에게 있음을 강하게 어필해놓은 것을 봤습니다.
가정의 일로 책임소제를따질 때
남편과 아내 중 어느쪽인가를궂이 가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남편의 입장에서만 보면
글쓴이가 여자라서 더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하는 편견도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가장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따라다니는 한,
책임소제와 경중에 있어 가장에게 무게를 더 두는 것에 대해
반론이나 이의제기는 아무런 의미없는 일입니다.
가정사에 있어
어느 한편이 결정적인 실수나 오류가 있을 때
인정하고 사과하며 받아들이면 쉽게 끝이 날 수 있을 일이지만,
어떤 일에 목표는 같은나 방법에 있어 서로 대립이 되는 경우엔
어느 한편이 자기의 주장을 접지 않은 한
어김없이 문제가 발생한다는 걸 경험하며 삽니다.
그러다 보면 냉기류가 흘러서 답답할 때가 있고
대화가 아닌 언쟁이 시작되면서 불편할 때가 있을 것이며
그 와중에 누군가가 이해와 포옹과 양보가 없다면
불란으로 치닫을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어떤 일에 결과가 바램대로 이뤄질 땐 당연한 것으로 치부가 되고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땐 일차적으로 책임이 뒤따를 일이라서
때론 억울할 일이고 또 속시원하게 털어놓고 하소연할 곳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가장은 피곤한 위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내가 아내와 신경전을 펼치며 기싸움을 할 때는
상대에게 이해와 양보를 바래며 자기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경우이지만
내가 원치않았던 방법을 선택하여 목적했던 만큼 이루지 못했던 일에도
책임은 결국 서로가 아닌 내게 지워지고 말 일이라서
가장의 입장에서 보면 조금은 억울하고 부당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노라면 평탄한 날들보다는
심난했던 날들이 더 오래 기억되곤 하는 이유는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했던 날들에 대한 회한때문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시간을 되돌이킬 수도 없는 일이라서
또 그런 일들을 두번다시 되풀이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서
어떤 문제가 생겨날 땐 양보와 포기를 해서
마음편히 살아갈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가장의 위상이야
나이가 들면 추락하게 되어있다는데
일찌감치 포기해서 집안이 편하다면
그것이 바로 지혜로운 일이 아닐까 생각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