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아이들과 용돈
( 2003년 7월 29일 화요일 )
가끔은 내뜻이 하늘로 통했던 것은 아닌지 하며
하늘에 감사할 때가 더러 있습니다.
이럴 땐 하늘의 도움으로 안될 일이 잘 되었다거나
생각지도 못했던 좋은 일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생겼다는 것이 아니라
날씨가 걱정스러웠으나일을 하는 동안 아무일도 없었다는 의미입니다.
이틀의 휴일동안 먹구름만 잔뜩 끼었을 뿐 비가 내려주지 않은 하늘의 배려로
하루는 네 식구 모두 시골로 내려가 산소의 제초작업을 했고
남은 하루는 아내와 김밥을 준비해가지고 등산을 다녀왔습니다.
"산소에 풀을 열심히 뽑으면 일당을 두둑히 주겠노라"는 아빠의 선심성 공약에
처음 한 시간정도는 부지런히 뽑던 녀석들도
기나긴 장마에 억세게 뿌리를 내려 무성히 자라난 잡초에
힘에 부친듯 이내 흐지부지 하고맙니다.
풀이라곤 한번도 뽑아보지 않았던 아이들이라 쉽지않을 일이고 보면
네 식구가 하루종일 매달려도 모두 뽑을 수가 없을 것 같아서
미리 사가지고 갔던제초제를 뿌리고서 돌아왔습니다.
조상님 산소에 풀을 뽑으러 따라나서주는 마음만으로도 고마워서
딸과 아들한테 각각 5만원씩 손에 쥐어 줬더니 녀석들이 싱글벙글거립니다.
두시간의 수고로 받은 댓가가 녀석들의 기대수준으로 볼 때
조금은 넉넉했던 모양입니다.
아들녀석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돈이 생기면 어떻게든 그날 바닥을 내고야 말아서
돈 씀씀이에 대한 꾸지람을 많이 받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특별한 동기도 없었는데도
가끔씩 받는 용돈을 몽땅 통장에 집어 넣어놓고 필요한 돈만 꺼내쓰는 것을 보며
기특하다는 생각 보다는 "사내녀석이 좀 통크게 놀지..."라는 생각이들 때가 있습니다.
딸녀석이야 처음부터 지금껏 밑빠진 독에 물붓기이니
돈에 관한한 겉으로라도 사양지심을 내 보이는 경우를 한 번도 보질 못했습니다.
아빠가 넉넉하지 못한 탓에 용돈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돈쓰는 것만으로 보면 우리 식구들 중에서
통이 제일 큰 것만은 사실입니다.
어제 초저녁부터 시작된 비가 새벽녘엔 장대비로 변해서 쏟아져 내립니다.
이틀의 휴일동안 산소 제초작업을 위해서, 그리고 산행을 위해서
비를 참아 준 하늘이 그저 고맙고 감사할 일입니다.
장마는 끝났다지만
당분간 비가 자주 내릴거라는 소식에
걱정거리가 또 하나 생겨납니다.
다음 휴일엔 지리산으로 떠나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