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手(허수)/곽문구 2007. 7. 29. 08:59
( 2003년 5월 06일 화요일 )

뿌옇게 쌓여있던 노란 송화가루가
바람에 흩날려푸석거릴땐

비라도 시원스레 내려서
쌓인 먼지까지 말끔히 씻어내렸으면 하는 바램인데,
내일은 비가 내릴 거라는 일기예보가 있어서 반갑기만 합니다.

어릴 적 고향에도 솔밭이 많았었지만
그땐 송화가루 때문에 그리 큰 불편을 겪은 것 같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그것은 제가 송화가루에 대한 의식을 하지않고 살아서 그랬는지,
아니면 세월이 많이 흘러서 내 기억이 흐려진 탓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생명이 있는 모든 만물은
생활환경이 열악해져서 위기의식이 느껴질 때면
꽃을 많이 피우고 또 열매를 많이 맺어서
종족번식을 위한 씨를 많이 만든다지요?

솔방울이 많이 맺힌 소나무의 주변을 살펴보면
흙이 휩쓸려 내려가서 뿌리가 겉으로 노출이 되었거나
건조하고 척박한 토양에 뿌리를 내렸거나
아니면 주변환경이좋지않게바뀐 탓이라지요?

이맘때 쯤이면 집안청소를 하는 아내의 송홧가루에 대한 푸념이 늘 있어왔지만
해가 갈 수록 그 짜증이 더 늘어나는 느낌이고 보면
송화가루가 점점 더 많아지거나
불만이 쌓이고삶에 대한 재미가 덜한 때문이겠지요.

계절은 자꾸 오가는데도
상큼함 보다는 별 일이 없어서 지리하다는 생각과,
변화가 없이 계속되어지는 재미없는 생활을 두고
괜히 송화가루에 탓을 돌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럴 때면 사람들은 삶을 재충전하려는 뜻에서
어디론가 여행을 떠났다 되돌아 오거나
때론궤도를 너무 많이 벗어나곤하는건 아닌지모르겠습니다.

일탈이야 누구든 한번 쯤 꿈 꿔봤을 일이겠지만,
막상, 벗어난다 해도 잠시일 뿐
끌려 오거나 스스로 현실로 되돌아와야 만 할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세상사 무게를 견디지 못해 곧장 쓰러질 상황은 아니지만
눈에 보이고 마음으로 느껴지는 풍경들이 송화가루 날리듯이 뿌연 날이면
한 일주일쯤 넉넉히 여행을 떠났다가
상큼한 마음으로 되돌아왔으면 하는 바램도 해 보곤 합니다.

발목엔보이지 않은 족쇠가 채워져 있어

그냥 마음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