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허공에 쓴 편지
55, 어지러운 심사
虛手(허수)/곽문구
2007. 7. 29. 08:33
( 2003년 4월 16일 수요일 )
집에서 부터 두시간 거리의 산길은 완만한 능선이지만
오랜만에 걸어서 그런지
진땀이 솟고 오르막 길에선 유난히 숨이 가파옵니다.
지난 3월 마지막 휴일에 무등산을 올랐던 그 이후
보름만에 산길을 걷는 탓이라그렇겠지만
마음 또한 가볍지 아니하니 더 힘들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4월을 맞이하고중순까지 오는 동안
내 의지완 상관없이 맨 밑바닥까지내려앉은 채 나날을 보내다
가까스로 정신을 가다듬고서
다시 올라가야 할 곳이 어딘지 두리번거리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건강을 챙기는 일도 심사가 편해야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또 한, 일상에서 짊어졌던 무거움은
그 자리에서 털어내지 못한 채 산으로 가져온다 해도
잠시의 망각으로 잊혀질 뿐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는 순간엔 어느샌가 그대로라는 걸
몇 번의 경험을 통해서 깨달은 일이기도 합니다.
세상사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들 합니다.
제 자리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선 마음을 비워야만 할 일이나
언젠가 말했듯이 그 일이 결코 쉽지 않을 땐 채념이라도 해서
마음을 가볍게 하는 게 차라리 지혜로울 일입니다.
털어내고 잘라낼 때의 아쉬움과 아픔 쯤은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기에
산길을 걷는 동안에 곰곰히 생각해 보렵니다.
무엇을 털어내고 어떤 것을 잘라내야 할 것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