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허공에 쓴 편지
40, 정월 대보름
虛手(허수)/곽문구
2007. 7. 29. 07:42
( 2003년 02월 17일 월요일 )
오곡밥 보다는 자장면을
부침개 보다는 헴버거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있어서
옛 생각의 감회에 젖어서 들려주곤 하는 아버지의 옛날 이야기는
결코 흥미거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면서도 가끔씩은
아이들을 앞에 놔두고서 주절거리곤 하는 뜻은
혼자서 상념에 젖어있는 것 보다는
겉으로나마 고개 끄덕거리며 들어주는 척 하는 사람이라도 있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제 초저녁엔 아들놈을 식탁에 앉혀놓고서
내 어머니께서 읍내의 장에 가셨던 날 해질녘 쯤 돌아오실 시간이 되면
장으로 떠났던 길을 따라서 마중나갔던 이야기를 했습니다.
명절이나 제사를 쇠기위해서 장에 다녀 오시던 어머니의 장바구니 속에는
제사를 지낼 생선과 과일,
그리고 내 몫이 될 사탕이 몇개쯤은 언제나 들어 있었기에
어머니의 짐을 덜어드리겠다는 핑계를 삼아서
옆집 친구랑 함께 마중을 나갔다가
어머니께서 주시는 사탕을 한 입에 넣고 단물을 빨아먹는 재미로
무거운 짐을 낑낑거리며 받아들고 오던 이야기를 했습니다.
발렌타인 데이에 누나에게 받았다는 선물꾸러미를 풀어서
쵸콜렛을 꺼내먹는 아들녀석에게 아빠의 이런 이야기는
한갖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라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아들녀석 덕분에 어머님에 대한 회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좋습니다.
지난 밤에 보지 못해서 서운하기만 했던 보름달,
새벽녘에 기울어 있는 달은 하루가 더 지났지만
말 그대로 쟁반같이 둥근 달입니다.
크건 작건 달이 떠있고 별이 초롱초롱 반짝이는 밤 하늘은
언제 봐도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달이 지구의 위성이든 말든,
송사리별이 은하계의 어떤 곳에 있든 말든
어머님의 얼굴이 생각나는 달이고
보석같이 반짝이는 별이면 그것으로 그냥 좋을 일입니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늘 서글프기만 했던 둥근달이었는데
어젯밤에 기대를 했던 보름달을 못봐서 그런지
오늘 새벽 둥근달은 그리 곱고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달이건만
어떤 날엔 내 어머님의 눈물나는 달도 되고
어떨 땐 내 딸처럼 복스러운 달도 됩니다.
오곡밥 보다는 자장면을
부침개 보다는 헴버거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있어서
옛 생각의 감회에 젖어서 들려주곤 하는 아버지의 옛날 이야기는
결코 흥미거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면서도 가끔씩은
아이들을 앞에 놔두고서 주절거리곤 하는 뜻은
혼자서 상념에 젖어있는 것 보다는
겉으로나마 고개 끄덕거리며 들어주는 척 하는 사람이라도 있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제 초저녁엔 아들놈을 식탁에 앉혀놓고서
내 어머니께서 읍내의 장에 가셨던 날 해질녘 쯤 돌아오실 시간이 되면
장으로 떠났던 길을 따라서 마중나갔던 이야기를 했습니다.
명절이나 제사를 쇠기위해서 장에 다녀 오시던 어머니의 장바구니 속에는
제사를 지낼 생선과 과일,
그리고 내 몫이 될 사탕이 몇개쯤은 언제나 들어 있었기에
어머니의 짐을 덜어드리겠다는 핑계를 삼아서
옆집 친구랑 함께 마중을 나갔다가
어머니께서 주시는 사탕을 한 입에 넣고 단물을 빨아먹는 재미로
무거운 짐을 낑낑거리며 받아들고 오던 이야기를 했습니다.
발렌타인 데이에 누나에게 받았다는 선물꾸러미를 풀어서
쵸콜렛을 꺼내먹는 아들녀석에게 아빠의 이런 이야기는
한갖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라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아들녀석 덕분에 어머님에 대한 회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좋습니다.
지난 밤에 보지 못해서 서운하기만 했던 보름달,
새벽녘에 기울어 있는 달은 하루가 더 지났지만
말 그대로 쟁반같이 둥근 달입니다.
크건 작건 달이 떠있고 별이 초롱초롱 반짝이는 밤 하늘은
언제 봐도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달이 지구의 위성이든 말든,
송사리별이 은하계의 어떤 곳에 있든 말든
어머님의 얼굴이 생각나는 달이고
보석같이 반짝이는 별이면 그것으로 그냥 좋을 일입니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늘 서글프기만 했던 둥근달이었는데
어젯밤에 기대를 했던 보름달을 못봐서 그런지
오늘 새벽 둥근달은 그리 곱고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달이건만
어떤 날엔 내 어머님의 눈물나는 달도 되고
어떨 땐 내 딸처럼 복스러운 달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