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비움과 채념
비움과 채념 (2002, 8, 27 )
일상에서 가장 힘들게 하는 건
내 안에 있는 크고 작은 욕심입니다.
담아놓지 말아야 한다 늘 하면서도
내 안에 담겨진 채 심난스럽게 하는 것이 욕심이고 보면
세상에 얽혀 사는 한
마지막 의식이 남아있을 때까지 끝내 할 수 없는 것이
욕심을 버리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는 가끔 "마음을 비웠다"는 말을 쉽게하곤 하지만
집착했던 일이 뜻대로 되지않음에
채념을 해 놓고서 그렇게 말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털어내고 비우는 일이
그리 쉬 되는 일이라면
사람들이 속세를 떠나 평생을 고행하며 살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언제든 쉽게 할 수 있는 '채념'이
비록 아쉬움과 미련이 남겨지는 일이긴 해도
무거운 마음을 잠시나마 가벼이 할 수 있는 일이라
사람들은 비우는 일 대신 채념을 택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심난스러울 일이 있을 때마다
내 안에 있는 욕심의 실체가 무엇인지 들춰내 보곤 합니다.
아쉬움과 미련이 남겨질 지라도
채념을 해서 무거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추스리기 위함입니다.
이런 일이 내 일상에서 나타난 굴곡진 일들에 대해
맞 부딪쳐 당당히 헤쳐가는 용기 보다는
비켜가는 간사스러움을 택하고서
삶의 지혜라며 포장을 씌우는 것은 또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곧 9월이 오면
드높아진 하늘에 시원한 바람이 맴돌고
들녘은 차츰 단풍으로 곱게 물들어 가겠지요?
내게 아직 남아있는 작은 욕심을 다 비우지 못하고
아쉬움과 미련으로 남겨놓은 까닭은
깊어가는 가을 어느 날 낙엽쌓인 길에서
내가 걸어왔던 길을 뒤돌아 보며
그 길에서 만났던 사람들 까지도 그리워 하고픈 마음은
혹시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