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연등이 있는 풍경
虛手(허수)/곽문구
2012. 12. 6. 15:37
옷을 벗은 나무가 연등을 달았다.
아니,
찬바람이 이파리를 떨궈 낸 그 자리에
누군가가 빨간 연등을 메달았다.
그는,
무엇을 바램하며 연등을 달았을까?
해질녘 소나기를 닮은 비가 찌든 떼 씻어 내리고
함박눈은 밤새 그 위에 소복히 내려 앉았다.
그리고,
스치듯 지나는 새벽녘 찬 바람엔 비켜 돌아 앉더니
아침의 맑은 햇살엔 사르륵 녹아 내린다.
연등을 타고 흘러내려 뚜욱 뚝 떨어지는 물방울.....
어쩌면 모진 삭풍에 이파리도 투욱 툭 그리 졌을거야.
문득 와닿는 깨달음 하나.....
그래,
바로 그건
내가 그토록 쏟아내고 싶어했던 눈물이었어.
- 화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