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들꽃바람1
虛手(허수)/곽문구
2015. 9. 6. 02:35
갑자기 지리산의 들꽃이 보고싶어졌다.
가을이면 도지곤 하는 병이 올핸 일찍도 도졌다.
일상에서 하고싶은 게 있다면 안 하고는 못 견디는 못된 버르장머리를 이겨 본 적이 없던 터.......
꿈틀대는 욕구를 짙누르느라 안절부절하며 궁상을 떠느니
마음이 시키는대로 훌쩍 떠나는 게 차라리 속편할 일이다.
버스를 세 번이나 갈아타고 와서 홀로 산길을 걷고.....
낯선 이들 틈새에서 잠못 이룬 채 뒤척이며 하룻밤을 지새고....
그리고 다음날 아침엔 갔던 길을 되돌아 내려와 다시 버스를 기다리고.........
이번 나들이가 다른 때보다 힘이 들게 느껴졌던 건
등에 짊어진 짐의 무게 보다는
내게 내려 앉은 세월의 무게 때문일 거라는........
마음은 청춘이라며 버텨보려는 심사보다는
마음도 함께 따르는 게 차라리 편할 일일 수도 있겠다는........
집에 돌아오니
집이 좋다는 새삼스러움........
산중 수행 하룻만에 이런 크나큰 깨달음이라니......
이런 짓도 한 번쯤 해 볼만한 일이다.
- 재석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