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풍경
수박따러 가는 길에......
虛手(허수)/곽문구
2015. 9. 13. 18:25
엊그제 아침,
수박을 따러 텃밭에 가던 길에
하늘빛이 고와서 몇 컷 담아봤다.
수박.....
6월 초순 쯤 수박을 먹을 때 받은 씨를
마늘을 뽑아 낸 자리에 듬성듬성 심었더니
보살펴 주지도 않았는데도 잘 자라나
늦어름에 꽃을 피워 머리통만한 수박이 30여 개나 달렸다.
가까이에 사는 지인들한테 십여 통을 나눠주고도
이십여 통이나 더 남았다.
이럴 때 아이들이라도 가까이에 있다면.......
한 여름같으면 따가운 햇살에 한꺼번에 익어서 처치조차 곤란하였겠으나
날이 시원하니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익었다 생각되면 하나씩 따다 먹으니.....
둘이서 날마다 한 통씩 먹어 치운다 해도 한 달 가까이 먹어야만 한다.
저절로 자라서 익은 수박,
철이 지났는데도
왜 이렇게 달고 맛있는지.....
깊어가는 가을날에
남들 못 먹는 수박을 원없이 먹으며
언제 다 먹을까 하는 걱정이 호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