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정상이 열리는 날
虛手(허수)/곽문구
2016. 6. 24. 02:59
왠만한 등치를 갖춘 산이라면
맨 꼭대기를 천왕봉, 또는 천황봉이라 부른다.
천왕봉이 됐든 천황봉이 됐든 내가 상관할 바 아니나
산엘 오르다 보면 맨 꼭대기까지 오르고 싶은 욕구는 누구나 느끼게 될 것이다.
그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 지금껏 올라 본 산에 있어 꼭대기를 밟아보지 않았던 적은 거의 없었다.
그 동안 어떤 산보다 더 많이 더 부지런히 오르내렸던 이 산,
이 산에 오를 때마다
쇠창살에 갖힌 체 우두커니 서 있는 꼭대기를 멀건히 바라만 보고 내려와야만 했던 일도 수 백번.........
이 날은 그 꼭대기에 두른 쇠창살의 쪽문이 열린다 해서.......
지금까지 딱 세 번 쪽문을 통해 가봤지만
쇠창살 안과 밖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
꼭대기를 오르지 못하고 바라만 보는 건 마찬가지다.
이 산 꼭대기에 올라서서 심호흡 크게 해 볼 날이 있어주기나 할런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