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手(허수)/곽문구 2017. 11. 21. 07:03

 

 

 

 

 

 

비스듬한 오르막길을

 

스무 걸음쯤 걷다 쉬고,

한참을 서 있다가 또 걷는다.

참 많이도 힘에 부친 모습이다.

 

소슬 찬바람이 불어대는 산길에 

나뭇그늘 사이로 따뜻한 햇살조차 스며들지 않는다면

눈에 비춰지는 모습이 얼마나 더 측은할까?

 

몸이 불편하게 보이는 그의 옆을 스치는 순간

80은 족히 넘었을 듯 싶은

"나 보다 나이 든 노인.........."

 

노인은 나의 일이 아닌 것 처럼 살 때도 있었다.

심장은 요동을 치고 피가 뜨거웠던......

아주 짧은,

한 여름밤의 꿈같은 시간이었다.

 

어느 때부턴가

오가며 스치는 나 보다 나이 더 든 이들의 모습을 바라볼 때마다

훗날 나는 어떤 모습의 노인일까 하는 생각에

마음의 끈을 여미곤 한다.

 

행여,

누추하고 초라한 모습은 아닐까 하는 걱정때문이다.

 

노인으로 가는 길목에서 한 땐,

마음이 늙으면 그게 바로 노인이라 생각했었다.

스스로를 노인이라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노인이고

몸이 늙으면 노인이다..

비록

마음은 청춘이어도 

노인은 노인이다.

살면서 깨달은 진실이다.

 

사람에게 있어 공평한 건

시간과 죽음이라고들 말한다.

 

안타깝게도,

노인에게 있어 세월은

모질만큼 무심할 뿐이다. 

 

나는 이미 노인이고

더 늙으면 나는

어떤 모습일까?

 

- 무등산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