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풍경

브로켄의 행운

虛手(허수)/곽문구 2010. 6. 23. 07:16


지리산 화대종주 둘째날해질녘,

장터목대피소에 배낭을 두고홀로 천왕봉엘 올랐다가 다시 제석봉으로 하산을 하고 있을 무렵,

평생에 한번 볼까말까 한다는 브로켄의 행운을 만날 수 있었다.

브로켄현상이 조금 더 선명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으나

구름속에우뚝 선천왕봉을 배경으로영롱한빛으로 둘러쌓인 내 그림자를 함께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던 건

적잖은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2010, 5, 14.

- 브로켄현상 -

옛날 어느 등산가가 독일에 있는 브로켄산을 오르던 중 급경사에서 잠시 머리를 들어 위를 쳐다보다가

흉칙한 요괴의 모습을 목격하고서는 너무 놀라 미끄러져 죽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또한 1865년에 에드워드 윔퍼라는 등산가가 마터호른을 등정했을 때도 산정에서 이 브로켄을 보았다는데

하산 도중 4명의 대원이 추락해 죽자 이것이 브로켄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브로켄의 요괴(妖怪, Brocken's monster) 혹은 "브로켄의 환영(幻影)"으로 불렀고

불길한 징조로 여겼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언제부턴가 브로켄은 태양을 등지고 안개에 쌓인 산꼭대기에 서서

거인이나 요괴처럼 커다랗게 보이는 자기 자신의 그림자가 안개의 벽에 비춰져 보일 때

그 광경이 너무나 환상적이고 신비로운데다 좀처럼 보기 힘든 희귀한 자연현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행운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오늘날에선 "산에서 브로켄을 목격하게 되면 결코 산에서 죽지 않는다"는 전설로 바뀌게 되었고

이 현상은 그야말로 행운이 닿지 않으면 평생에 한번도 볼 수 없다고 한다.

비행기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항공여행 도중 무심코 바라본 창밖으로 혹시 브로켄을 만난다면

이는 평생에 한번 있을까말까 한 그야말로 "행운의 여신"을 만난 것이라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 인터넷에서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