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 동병상련( 同病相憐 )
시(市)에서 "서민주택개발"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친구녀석과 수년 전 함께 사뒀던 조그마한 밭떼기를 수용해 가는 바람에
고구마 몇 이랑 캐내면 끝이나는 마지막 가을걷이가 섭섭하기 그지없습니다.
씨를 뿌리고 뜨거운 여름날 땡볕아래에서 풀뽑는 일들이 녹록치가 않아
앞으론 그런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십년 앓던 이를 빼버린 듯 홀가분하고 시원스러울 일이나
이런저런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보니
쇠스랑질을 해댈 때마다 힘에 부쳐 진땀이 흐르고
흙위로 몸둥아리를 들어내는 고구마 한 알 한 알이 한결같이 아쉬움 뿐입니다
일상이 힘에 부칠 때면 함께 흙냄새나 맡으며 살자던 녀석이
세상을 훌쩍 떠나버린 지난 해 이른 봄날만큼은 아니지만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가을걷이임에도
먼저 떠난 녀석 생각에 씁쓸하고 허전함만 마음속에 가득할 뿐입니다.
하는 일이 재미가 없으면 힘도 훨씬 더 드는 것 같습니다.
며칠동안 재미없는 일을 하느라 힘에 부친데다
서리가 하얗게 내린 새벽들녘을 연일 쏴다녔더니
결국 몸에서 거부반응이 오고 맙니다.
그동안 나름대로 열심히산엘 다니는 몇 년 동안만큼은
잔병치레라곤 까마득히 잊고살았던 터라
방심했던 게 문제였나 봅니다.
머리가 무겁고 잦은 기침에 미열이 있는 걸로 봐서 몸살감기임에 틀림없기에
무리하지 않으면 괜찮겠지 하며사나흘을 버틴게
결국엔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걸 가래를 들이대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의사의 처방으로 사흘분의 약을 지어 먹었으나 차도가 없어서
다시 닷새분의 약을 더 타와 이틀째 먹고 있으나
몸이 개운치 않은 느낌은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나는 어릴 때부터아프면 홍역을 앓듯
댓가를 톡톡히 치룬 후에야 헤어나곤 했던지라
평소에방심을 한 채혹사를 시키고
몸에서 좋잖은 징조를 느낄 때에 이르러서야 아차 하며 후회를 되풀이하곤 하니
나는 참 답답한 사람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몸이 아플 땐 그 아픔을
당사자 혼자서 감내를 해야 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곁에서 아내나 남편 또는 가족들이 걱정을 해 주거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 주긴 해도
고통에서 헤어나오기 까지의 과정은
고스란히 당사자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초등학생 두 아이를 뒀다는 젊은 주부님으로 부터
"우연히 치과에 들렀다가 아래턱뼈에 양성종양이 있는 걸 발견했는데,
크기가 너무 커서 턱뼈 8~9cm 정도를 잘라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으며
인터넷 검색을 통해 똑같은 일을 겪은 나의 병상일기를 읽게 되었다"는
참으로 가슴아픈 내용의 쪽지를 받은 일이 있습니다.
이 세상의 또 한 사람이 내가 겪었던 심난스러웠던 과정을
똑같이 거쳐야 한다는 사실이 못내 가슴아플 일이라서
"더 크게 발전되기 전에 발견해서 그나마 다행이며
모든 것을 의사에게 맏기고서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되는 일"이라며
내가 치뤘던경험과 생각들을 두서없이 적어 보내드렸습니다.
뼈를 잘라내고 또 다른 곳의 뼈를 떼어 내 붙여야 하는 과정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지만
환자는 오직 몸만 내 맏기면 되고
나머지는 의사가 다 알아서 해주는 일이라서
다른 건 다 제쳐두고 마음을 여미는 일이 첫째라고 일러드렸습니다.
수술과 치료 과정을알 수 있으면 좋겠다고 부탁말씀을 드렸던 건
시간이 가면 씻은 듯이 나을 수 있다는 내 나름대로의 확신 때문입니다.
무심한 게 세월이라고들 하지만
알게 모르게 내 안의 고통도 함께씻어서
상처를 아물게했던 게 또한 세월이었습니다.
허약하게 태어나 크고 작은 병치레를 숱하게 겪었던 한 사람으로써
아픔으로 고통받는 이들과 마음으로나마 함께하고 싶은 건
지극히 자연스러울 일입니다.
젊고혈기가 왕성할 때라서
치유속도가 나 보다는 훨씬 빠르리라는확신과 바램을
젊은 부인께꼭 전하고 싶습니다.
2008, 1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