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중
바람부는 날이면어김없이 마루에 뿌옇게 쌓이곤 하던황토먼지를
시도 때도 없이털어내야 하셨던 내 어머니의 심사는 그리 편하지는않으셨으리라.
내 고향 들녘은
겹겹이 포개어 있는다랭이 논보다 부드러운 곡선의 언덕베기 모양새의 밭이몇 배나많았던곳,
보리와유채를 걷어들인 뒤면그 많은 밭에대부분 고구마를 심었다.
식용으로, 소주를 만드는 공장으로, 과자를 만드는 공장으로.......
어린시절, 끼니를건너뛰며 살았던가난했던 친구녀석의 도시락 속에도,
함박눈 펑펑 내리는 날 군것질이 생각날 때도,
아지랑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들녘에서 쟁기질하던 일꾼들의 새참 바구니 속에도....
가난했던 이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곤 했던고구마가 더없이 고맙고 대견스럽기도 했었다.
객지로 나와서 새로 사귄 친구들에게 고향에 내놓을만한자랑거리가 없어서
나는 줄곧 빨간 황토밭의 밤고구마 자랑을 하곤했었다.
몇 해 전부터 줄곧 집 가까이에 있는 조그마한 자투리땅에고구마를 심어 왔다.
비록 고향의 빨간 황토밭에서 캐낸 고구마에 비할 수는 없으나
밤고구마 보다 당도가 높은 호박고구마라서
가을이면 형제들에게 그리고 가까이에 사는 친구들과 이웃에게도 조금씩이나마 나눠먹을수 있어서 좋았다.
며칠 전,
고구마 줄기를 걷어내고 호미질을 하던 아내가
갑자기 우스워 죽겠다는 듯 깔깔거린다.
호미에 걸려나온 녀석들의모양새는 내가 보기에도 참 묘하다.
이걸 어찌할까 하는 고민도 잠시,
다른 녀석들과 같은 취급을 해 버리기엔재미없을 것 같아
조심스레 모시듯 집으로 가져다 놓고나니
새로운 고민이 다시생겨났다.
"이걸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냥 두면 썩을텐데......"
요즘들어 하루에 한 끼니는 고구마로 대신하고 있는 터에
마침 그날 캐 온 고구마가 거의 바닥이 났다.
고구마 두 개, 아니 내 개로는 나 혼자 몫으로도 부족할 일이라서
아무래도 오늘이나 내일쯤 다시 캐오는 게 좋을 것 같다.
먹을까 말까 하는 고민은며칠 후로 미루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