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랑

수세미

虛手(허수)/곽문구 2008. 9. 11. 19:00



나는 이 녀석을 볼 때마다

애틋한 옛 생각에 가슴이 아리곤 한다.

내 어머니께선 해마다이른 봄이면

화단에 수세미를 심어 정성껏 기르시고

오이만큼 크게 자란 수세미 열매를따서갱엿과 함께 가마솥에넣어 달여 주곤 하셨다.

찬바람만 쐬면 콜록거리곤 하는 병약한 자식을 위해서......

그런데 수세미를 달인 물이 왜 그렇게 비위에 맞지 않았는지......

입에 넣고 삼킬려면 역겨움에 다 토해버리는 자식에게

역정을 내시며 기어이 먹이시던 내 어머니 생각 때문이다.

가을로 성큼 들어선 지금

늦게서야 꽃을 피워서 어떻하겠다는 것인지.....

그런데 자세히 보니 암꽃이 아니라 숫꽃이라서

차라리 다행스럽다.

열매와 상관없이 지고말면 그 뿐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