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만큼 차갑고 사나운 바람이 검은 먹구름 틈새를 벌려놓자
맑은 햇살은 그 틈새를 비집고 내려와 무대를 비추는 조명처럼 산허리를 휩쓸듯 지나간다
이 산을 수없이 오르내리면서도 단풍이 이렇게 고운 줄은 처음 알았다.
멀리,
구름을 뒤집어 쓰고 있던 서석대가 간간히 하얀 눈에 덮힌 몸집을 드러내 보이며
겨울이 가까이에 와 있음을 일러준다.
이 산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도 처음 알았다.
일행들과 함께 바람이 닿지 않는 곳에 자리를 펴고 앉아
배추김치로 휘감은 돼지머릿고기를 안주삼아 막걸리 한 잔을 단 숨에 들이키니
뜨거워진 뱃속에서 화들짝 놀란 심장이 요동을 친다.
산에 오르는 이들이 애써가며 막걸리를 지고 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을.........
에라!
끊었던 술을 다시 마실까 보다.
- 새인봉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