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행 중에
칼바람이 아닌 햇살이 내리는 곳이라면
힘에 부친 산객에게 있어 잠시나마 지친 다리를 쉬어 갈 수 있는 썩 괜찮은 쉼터가 아닐 수 없다.
이 때 따끈한 물 한 잔이라면 꽁꽁 언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도 남음이 있을 것 같아
보는 이의 마음도 따뜻해지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사람,
그 뜨거울 것만 같은 물을 한 입에 벌컥 마시며
" 캬~~~~~ 쥑이네~~!!!"
꽁꽁 언 몸을 녹이는데 있어
때론 뜨거운 물 한 잔보다 차가운 술 한 잔이 더 효과가 클 수도 있겠다 싶긴 하다.
술을 즐겨마시던 시절이 가끔씩 그리워지곤 한다.
술 한 잔 하자며 부르던 옛친구들도 그립고
술에 젖은 체 세상사는 이야기를 주절대던 그 시간들도 그립다.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이라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등산하는 날엔 반드시 하산주를 마시지 않고선 결코 집에 가는 일이 없다는 이 친구에게 끌려 주막에 들렀다.
그리고 억지로 부어주는 막걸리를 노랑색 알미늄 잔에 반쯤 받아놓고
두부와 배추김치를 안주삼아
이 친구가 두 병째 비우는 동안 나는 그 잔을 비웠다.
왠일일까?
오늘같은 날은
막걸리 한 잔쯤 쭉 들이켜도 좋을 것만 같다.
- 무등산 용추봉(삼광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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