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9월 05일 금요일 )
조금 무덥다는 느낌도 없질 않았지만
바람이나 쐴 심사로 시외로 나갔습니다.
파란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둥실 떠다니는 풍경은
아직 여름하늘 그대로이지만 느낌은 산뜻하여 좋습니다.
장마가 시작된 이래로 줄 곧 하루가 멀다하고 비가 내리거나
먹구름 가득한 하늘만 봐왔던 터에
비에 씻겨내려 티끌하나 없는 하늘에서
머금었던 물을 걸러내 한결 가벼워진 조각구름이
바람에 몸을 내 맏긴 채 떠다니는 풍경을 보며
자유와 평화를 느낍니다.
여름의 뒤끝이라지만 아직도 짙푸른 들녘,
그러나, 막바지 여름빛이 짙은 한적한 산골의 다락논 까지도
말뚝처럼 수없이 박아놓은 전봇대에 거미줄처럼 묵여있는 전깃줄이
하늘과 땅의 조화를 깨뜨리는 것만 같아서 조금은 아쉽습니다.
아직 포장되지 않은 산길을 조심스레 내려오다가
계곡을 가로막은 아담한 저수지가 있어 그곳에 차를 세웠습니다.
저수지 둑 여기저기엔
모가지를 길게 내밀었다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인 강아지 풀들이
실바람에 흐느적거리는 풍경은 여름이 아니라 벌써 가을의 풍경 그대로입니다.
계곡에서 흘러 내려와 둑의 턱까지 가득고인 쪽빛 물속엔
허리까지 깊숙히 몸을 담근 산 그림자와
파란하늘에 떠 다니던 하얀 뭉게구름이 내려와
실바람이 만들고 간 너울에 함께 흐느적거리는 광경을 보며
내 마음도 그렇게 평온해 집니다.
몇가지 이유를 갖다가 붙이며 사계절중에 여름을 제일 싫어한다곤 했지만
가을을 맞이하는 반가움 보다는
가는 여름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아쉬움이 더 짙게 느껴집니다.
세상살이를 하면서 맞이하고 보내는 일들이 숱하게 되풀이되곤하지만
맞이하는 반가움 보다는 보내는 아쉬움이 언제나 더 짙게 느껴지는 건
아주작은 미련까지도 함께 떠나보내지 못한 탓입니다.
세상사 모든 일들이 그러하듯이
사람과 사람끼리의 일도
만났을 때의 반가움을 생각하며 기다리는 일 보다는
헤어질 때 아쉬움까지도 미리 생각해 놓아야만 할 일입니다.
여름이 떠나는 것은 내 뜻이 아니듯
사람과 사람끼리의 이별 또한 그렇습니다.
날이 밝으며 새로운 날이 오듯 여름도 다시 오겠지만
나는 어쩌면 그 여름을 맞이할 수 없을런지도 모를 일이라서
떠나 보내려는 마음은
사람끼리 이별할 때 처럼
그런 아쉬움입니다.
조금 무덥다는 느낌도 없질 않았지만
바람이나 쐴 심사로 시외로 나갔습니다.
파란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둥실 떠다니는 풍경은
아직 여름하늘 그대로이지만 느낌은 산뜻하여 좋습니다.
장마가 시작된 이래로 줄 곧 하루가 멀다하고 비가 내리거나
먹구름 가득한 하늘만 봐왔던 터에
비에 씻겨내려 티끌하나 없는 하늘에서
머금었던 물을 걸러내 한결 가벼워진 조각구름이
바람에 몸을 내 맏긴 채 떠다니는 풍경을 보며
자유와 평화를 느낍니다.

여름의 뒤끝이라지만 아직도 짙푸른 들녘,
그러나, 막바지 여름빛이 짙은 한적한 산골의 다락논 까지도
말뚝처럼 수없이 박아놓은 전봇대에 거미줄처럼 묵여있는 전깃줄이
하늘과 땅의 조화를 깨뜨리는 것만 같아서 조금은 아쉽습니다.
아직 포장되지 않은 산길을 조심스레 내려오다가
계곡을 가로막은 아담한 저수지가 있어 그곳에 차를 세웠습니다.
저수지 둑 여기저기엔
모가지를 길게 내밀었다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인 강아지 풀들이
실바람에 흐느적거리는 풍경은 여름이 아니라 벌써 가을의 풍경 그대로입니다.
계곡에서 흘러 내려와 둑의 턱까지 가득고인 쪽빛 물속엔
허리까지 깊숙히 몸을 담근 산 그림자와
파란하늘에 떠 다니던 하얀 뭉게구름이 내려와
실바람이 만들고 간 너울에 함께 흐느적거리는 광경을 보며
내 마음도 그렇게 평온해 집니다.

몇가지 이유를 갖다가 붙이며 사계절중에 여름을 제일 싫어한다곤 했지만
가을을 맞이하는 반가움 보다는
가는 여름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아쉬움이 더 짙게 느껴집니다.
세상살이를 하면서 맞이하고 보내는 일들이 숱하게 되풀이되곤하지만
맞이하는 반가움 보다는 보내는 아쉬움이 언제나 더 짙게 느껴지는 건
아주작은 미련까지도 함께 떠나보내지 못한 탓입니다.
세상사 모든 일들이 그러하듯이
사람과 사람끼리의 일도
만났을 때의 반가움을 생각하며 기다리는 일 보다는
헤어질 때 아쉬움까지도 미리 생각해 놓아야만 할 일입니다.
여름이 떠나는 것은 내 뜻이 아니듯
사람과 사람끼리의 이별 또한 그렇습니다.
날이 밝으며 새로운 날이 오듯 여름도 다시 오겠지만
나는 어쩌면 그 여름을 맞이할 수 없을런지도 모를 일이라서
떠나 보내려는 마음은
사람끼리 이별할 때 처럼
그런 아쉬움입니다.
'글 - 허공에 쓴 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87, 더 무뎌져야 하는 이유 (0) | 2007.07.29 |
---|---|
86, 가을입니다. (0) | 2007.07.29 |
84, 소심한 탓 (0) | 2007.07.29 |
83, 모든게 내탓 (0) | 2007.07.29 |
82, 지리산으로 떠나는 날 (0) | 2007.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