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문 앞에서 한 등산객이 무릅을 꿇고 있는 모습이
내 눈에는 마치 간절한 기도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베낭에서 무언가를 꺼내고 있었음에도
장소가 일주문이라서다.
절 입구를 지날 때마다 생겨나는 의문점 하나,
기둥이 두 개인데 왜 二柱門이라 하지않고 一柱門이라 할까?
최근에야 안 사실이지만
기둥의 갯수가 아닌 기둥이 서 있는 모양새, 즉 일렬로 나란히 서있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단다.
일렬,
선.....
속세의 안과 밖을 구분짓는 경계의 의미를 갖는단다.
선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속세를 벗어나는 셈이고
밖으로 나서는 순간부터 속세로 나오는 셈이다.
....,
......,
........,
...........,
문(門)이란 게 무엇이던가?
문지기가 있든 없든 간에
안으로 들어설 땐 조심스러우나
밖으로 나설 땐 굴레를 벗어난 느낌이 아니던가?
지난 해 초록이 싱그러움을 더해갈 무렵
一柱門 밖으로 나온 이들이 호텔방에서
나같은 중생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억대의 도박을 벌린 일이나
일용할 양식(糧食 : 사람이 생존하기 위하여 필요한 먹을거리) 쯤이야 걱정할 일도 없는 이들이
제 것이 아닌 남의 것으로 동물적인 욕구를 채우는 짓을 서슴없이 해대는 것 또한 교문(敎門 ) 밖에서의 일이니......
굴레 안이든 밖이든
계급장을 떼건 붙이건
완장을 차건 벗건 그건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다.
그들에겐 그들대로의 삶의 방식이 있을테니까...........
....,
......,
........,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다.
새해를 많이 기다렸던 건
심난스럽기만 했던 굴레의 시간속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픈 간절한 바램때문이었다.
"잊어서 좋을 일이라면
털어내서 가벼울 일이라면
잊고 터는 일을 쉼없이 해야만 한다."
묵은 달력을 떼어낸 자리에 새 달력을 걸어놓으며 내 자신에게 던지는 새해 첫 화두다.
'이야기가 있는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로(歸路)2 (4) | 2013.04.17 |
---|---|
한 알 잡숴 봐! (2) | 2013.01.07 |
길을 걷다가.... (4) | 2012.12.09 |
나무에게 묻다 (14) | 2012.11.29 |
모내기 (12) | 2012.06.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