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문(一柱門)에서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이야기가 있는 풍경 : 2013. 1. 2. 05:25

 

 

 

일주문 앞에서 한 등산객이 무릅을 꿇고 있는 모습이

내 눈에는 마치 간절한 기도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베낭에서 무언가를 꺼내고 있었음에도

장소가 일주문이라서다.

 

 

 

절 입구를 지날 때마다 생겨나는 의문점 하나, 

기둥이 두 개인데 왜 二柱門이라 하지않고 一柱門이라 할까?

 

최근에야 안 사실이지만

기둥의 갯수가 아닌 기둥이 서 있는 모양새, 즉 일렬로 나란히 서있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단다.

 

일렬,

선.....

속세의 안과 밖을 구분짓는 경계의 의미를 갖는단다.

 

선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속세를 벗어나는 셈이고

밖으로 나서는 순간부터 속세로 나오는 셈이다.

 

....,

......,

........,

...........,

 

 

문(門)이란 게 무엇이던가?

문지기가 있든 없든 간에

안으로 들어설 땐 조심스러우나

밖으로 나설 땐 굴레를 벗어난 느낌이 아니던가?

 

지난 해 초록이 싱그러움을 더해갈 무렵

一柱門 밖으로 나온 이들이 호텔방에서 

나같은 중생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억대의 도박을 벌린 일이나

일용할 양식(糧食 : 사람이 생존하기 위하여 필요한 먹을거리) 쯤이야 걱정할 일도 없는 이들이

제 것이 아닌 남의 것으로 동물적인 욕구를 채우는 짓을 서슴없이 해대는 것 또한 교문(敎門 ) 밖에서의 일이니......

 

굴레 안이든 밖이든

계급장을 떼건 붙이건

완장을 차건 벗건 그건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다.

그들에겐 그들대로의 삶의 방식이 있을테니까...........

 

....,

......,

........,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다.

 

새해를 많이 기다렸던 건

심난스럽기만 했던 굴레의 시간속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픈 간절한 바램때문이었다.

 

"잊어서 좋을 일이라면

털어내서 가벼울 일이라면

잊고 터는 일을 쉼없이 해야만 한다."

 

묵은 달력을 떼어낸 자리에 새 달력을 걸어놓으며 내 자신에게 던지는 새해 첫 화두다.

 

 

 

 

'이야기가 있는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로(歸路)2  (4) 2013.04.17
한 알 잡숴 봐!  (2) 2013.01.07
길을 걷다가....  (4) 2012.12.09
나무에게 묻다  (14) 2012.11.29
모내기  (12) 2012.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