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하는 것처럼 "물가에 피었으니 수달래"라 하면 마음편할 일이나
고집스레 "산철쭉"이라 이름을 붙였다.
수 년 동안이나 들꽃의 매력에 취해 산과 들을 쏘다니던 그 짓을 접은 이유도
이 몹쓸놈의 고집때문이었다.
하나를 알더라도 제대로 알자는 고집스러움은
곧 나의 자존심이었다.
하지만....
쉰갈레가 넘는 제비꽃 일가를 접하면서 머리에 두통이 생기고
변화무쌍한 현호색 일가에서 현깃증을 느끼면서 부터
두 손과 발을 들고 말았다.
머리통의 용량이 부족하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면서 부터,
아니 자존심을 팽게치고 난 뒤부터
왜제비인지 서울제비인지 털제비인지 잔털제비인지 고민하지 않고 "그냥 제비꽃"이라 부르니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짓밟히는 일이야 용서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 인정하고 낮추는 일이야 마음먹기에 달렸지 아니한가?
내 삶에 있어서의 행복은
마음편할 때 말고는 아직 단 한 번도 없었다.
- 뱀사골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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