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11월 03일 목요일 ) 사람은 평생동안 배우며 살아가야 한다거나 연륜이 쌓일 수록 남의 말에 귀 기울일 줄도 알아야 한다는데 날이 갈 수록교육이라는 말만 들어도 엉덩이가 먼저 쑤셔 심난럽습니다. 며칠 전 교양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어서 갔는데 교육장엔 책상은 없고 의자만 놓여있어 아무런 생각없이 앉았습니다. 교육이 시작되자 마자 강의를 하시는 분께서 의자를 돌려서 옆에 앉은 사람과 마주보라 해 놓고서 서로 웃는 표정으로 상대방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연습을 시킵니다. 일상을 살면서 내가 제일 자신없어 하는 일입니다. 처음엔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상대방도 나를 똑바로 쳐다보지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과 눈끼리 부딪침과 동시에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말았습니다. 눈은 그 사람의 마음의 거울이라며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라는데 시키는대로 몇 번이고 그 일을 되풀이 해 보지만 남의 눈을 빤히 쳐다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갓난아이를 유별나게 좋아합니다. 볼을 손으로 만지며 아이의 부드러운 살결의 느낌을 좋아합니다. 손가락을 입에 물고 자근거리기를 좋아합니다. 해맑게 웃는 아이를 바라보는 일을 참으로 좋아합니다. 초롱하고 맑은 두눈과 마주치며 웃는 것을 참으로 좋아합니다. 우리집에 갓난아이가 오는 일은 드물지만 만약 누군가 아이를 데려오면 그 아이는 으레 내 차지입니다. 가끔은 아이가 낯을 가리며 내게서 빠져나가려고 해도 어떤 수를 써서라도 내 편으로 만들고 맙니다. 아주 고약한 말썽만 부리지 않는다면 조금 큰 녀석들과 장난을 치며 놀곤 하는데 때론 "아이들을 예뻐하면 코묻은 밥을 먹는다"는 속담이 생각날 만큼 손해도 볼 때가 있으나 갓난 아이나 조금 큰 녀석들이나 상관없이 놀며 눈싸움하는데 있어선 누구보다 자신이 있습니다. 교육을 받은대로 라면 내 마음이 아이들에게 열려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집에 돌아와 연습삼아서 아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딸과 아들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습니다. 시간의 길고 짧음은 있었지만 서로 눈빛이 마주친 채 오래 할 수는 없음은 그곳에서 처럼 마찬가지였습니다. 어쩌면 내 가족에게 까지도 서로의 마음의 문이 닫혀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을 살아오는 동안에 서로에게 쑥스럽고 부끄러울 일이 많았던 탓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제부터라도 문을 여는 연습을 시작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을 통하여 굳게 닫혀져 쉬 열려질 일이 아니라면 우선은 빗장에 엉겨붙은 녹을 벋겨내는 일부터 시작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내 이런 심사가 남을 위해서가 아닌 남아있는 내 삶이 고단하지 않으려는 나의이기심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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