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쉽지않은 게 부부관계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7. 29. 10:24

( 2004년 8월 06일 금요일 )

만사를 복잡하다 여기면 끝도없이 꼬일 것만 같고
간단하게 여기면 아무것도 아닐 것 같은 세상사에
말을 안 할 뿐이지 제일 쉽지가 않은 것이 부부관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가정생활을 해 나가면서 부부간에있어 생겨난문제는
어느 한쪽이 포기하면 되는 이해관계가 아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며 굳어진 사고의 차이 때문에 생겨난 것들이 대부분이라서
일상에서 부딪친 어떤 벽보다 두껍고 높게 느껴지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힘겨움을 표현하지 않고 살아왔던 이유는
앞으로도 숱하게 생겨날 문제들을

최소한 지난 날들 만큼이나 잘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확신이나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외람된 말 같지만
나는 평소에 내 자신의 무엇이 잘 못 되어있는지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내 자신의 사고가 어떻게 잘 못 되어있음을 안다는 것은
일상에서 아내와 사이에 생겨난 벽을 잘 허물어뜨리며 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자신을 대단히 불행하다고 여기는 것은
이미 고정이 되어버린 사고를 고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는데 있습니다.
달리 표현하면 내 안에 있는 고집과 알량한 자존심이
내가 베풀 수 있는 아량의 한계를 자꾸만 옥죄고 있다는 뜻입니다.

어떤 벽이든 허물거나 뛰어넘을 자신이 있었다면
나는 이미 남들보다 더 솔직하게 내 자신을 들어 낼 수도 있었겠지만
아직도 그럴 자신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 못한 채 긴장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세상사 대부분의 일들은 시작과 끝이 있게 마련이지만
가정사 부분에서 만큼은 시작만 있고
삶의 마지막에 가서야 매듭을 짓게 되는 것이라서
미래의 불확실성에 내 스스로가 자신 못하고 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부부는 살아가면서 서로 닮아간다고 했듯이
함께 사는 날 수가 많아질 수록
이해와 포용하며 사는 방법도 깨닫게 되므로써
그때가 되면 지나온 나날들에 대한 허심탄회한 회고도 할 때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앞으로 얼마의 시간이 더 필요할런지 모르겠으나
깨 부수고 넘는 일이 힘겹다면
그 이전에 부딪치지 않고 비켜 돌아가는 지혜라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더 욕심이 생긴다면
이런 생각을 나 혼자만이 아닌

아내도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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