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10월 04일 토요일 )
왠만해선 늦은 시간에 산에 가는 일은 없으나
퇴근후 텅 빈집에 혼자 있기도 따분하여
해지는 시간을 맟춰서 산엘 다녀왔습니다.
산 주위를 둘러싸고 아파트가 밀집해 있고 주말이라서 그런지
가족들끼리 운동나온 사람들로 제법 붐비는 산길이었습니다.
내가 맨 처음 이 산에 다닐 무렵엔
올라갈 때부터 내려올 때까지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흔치않았으나
요즈음엔 아침 낮 저녁 할 것없이 사람들로 끊임이 없습니다.
산 주위에 아파트가 새로 들어섰거나
사람이 사는데 있어 그때보다 지금이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훨씬 더 여유로워진 탓도 있겠지만
건강에 관한 관심 또한 더 많아진 때문이라 여겨집니다.
내가 아침운동 나올 때면
이 산의 꼭데기인 헬기장에서 맨손체조를 하곤 하는데
오늘은 그냥 그곳에 앉아서
해가 지는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다가 내려왔습니다.
해가 지는 풍경은 해가 뜨는 풍경 못지않게 아름답습니다.
해 뜨는 순간의 빛이 맑고 상쾌하다면
해질녘의 빛은 곱고 아름다우나
어떨 땐 아쉬움이짙게 느껴지곤 합니다.
하루가 저무는 것은 날마다 어김없이 반복되는 일이지만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가에 따라 아쉬움이 더하고 덜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억될만한 일 하나 남기지 못한 채 하루를 보냈다 여겨지는 날엔
그런 느낌은 더욱 짙어지곤 합니다.
오늘같은 날엔
회사에 출근도 하고
퇴근하여 좋은 공기를 마시며 운동도 했으니
다른 날보다 알찬 하루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해가 지는 광경을 바라보며
하루를 보내는 아쉬움 보다
노을빛의 아름다움에 아무런 걱정없이 푹 빠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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