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9월 28일 일요일 )
새벽에 운동차 집을 나섰던 일이
언제였을까 생각하니 까마득한 일입니다.
나는 평소에 마음이 편치않을 때면
직장 출퇴근하는 일 외엔 집안에 틀어박힌 채 나가는 짓을 좀처럼 하지 않았으니
그러고 보면 그런 날들이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음기가 드새서 옥녀봉이라 불리는 봉우리가 있는 금당산은
부지런히 다녀와도 두시간 쯤 걸리니
운동량으로 따지면 날마다 할 수 있는 아침운동은 아닙니다.
한 여름 같으면 날이 훤하게 밝았을 시간이지만
오늘처럼 달도 없을 시간이면
손전등 만큼은 챙겨서 집을 나서곤 하는데
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옥녀봉쪽으로 오르는 산 입구에서 200여m 정도 산길로 가다보면
네 다섯기의 묘가 있는 곳을 지나게 되는데
평소에도 그곳을 지날때마다 음습한 느낌에서 자유롭지가 못해
조금은 긴장을 한 채 지나가곤 합니다.
몇년 전여름날로 기억합니다.
그날도 어두컴컴한 산길을 더듬거리며 그곳을 지날 무렵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시커먼 그림자를 보고
심장이 벌컥 멈출만큼 놀랐던 적이 있었습니다.
새벽운동을 나온 사람이하필이면 그곳에서맨손체조를 하고 있었던 모양인데
다가가는 인기척에 헛기침조차 해주지 않았던 이에게 적잖이 황당했으나
내가 겁이 많은 탓도 있었기에
그 다음부턴 날이밝지 않았을 땐 어김없이 손전등을 챙겨서 길을 나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묘한 일입니다.
그곳을 지날 때마다 tv에서나 봤던 귀신이 연상이 되고
어떨 땐 등에서 식은 땀이 흐르는 느낌도 들어서
그곳을 지날 때면 나도몰래 걸음의 속도가 빨라지곤 합니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정상에서 30여분쯤 더 기다려
무등산 능선으로 태양이 솟아오르는 장면을 바라보곤 합니다.
날마다 어김없이 뜨는 태양이지만
그 모습은 언제나 똑같지가 않아서
아침운동을 가는 날이면
해가 뜨는 광경을 본 다음에야 내려오곤 합니다.
능선으로 솟아오르는 태양을 맞이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날이면
무등산의 기운과 태양의 열기를 가슴에 품은 듯 의욕으로 충전된 느낌이라서
마음 불편하지 않은 날이면 게으름 피우지 않고 아침운동을 나서곤 합니다.
그런 기운을 받아 알찬 나날들을 살며
새벽에 금당산을 오르는 일이
쉼없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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