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를 하면서 시작만 있고 끝이 없는 게 있다면
그건 바로 자식에 대한 부모로써의 걱정이 아닐까 합니다.
갓 태어난 아이를 처음 안아볼 때의 가슴 뭉클했던 기억에서 부터
성장해서 제 살길을 찾아 떠나던 뒷모습을 바라볼 때의
형용할 수 없었던 마음까지
그 모든 과정들이 한결같이 노심초사로 일관된 시간들이었노라면
세상 누구나 겪는 일이라서새삼스러울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비록 그런 일이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일이라 할지라도
그 과정에서 겪었던 우여곡절들이 저 마다의 가슴속에
걱정과 아쉬움과 보람과 기쁨과
때로는 노여움과 서글픔으로 쌓여가는 일이라서
그 의미 만큼은 서로 같을 수만은 없는 일입니다.
80먹은 어미가 60먹은 자식에게 물조심 불조심을 타이른다는 이야기가
내가 부모가 아닐 땐 한갓 우스게 소리로 들렸으나
제 살길을 찾아 떠나는 자식을 바라보는 그 순간
젊든 늙든 부모의 심정이란 조금도 다름이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두 아이들을 객지로 떠나보낸 지 어느덧 2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어릴적에 내 두살터울의 누님과
단 하루도 싸움없이 넘어가 본 일이 없었던 나로선
유난히 누나를 좋아해서 누나에겐 오히려 귀찮은 존재일 때도 있는 아들과
귀찮아 하면서도 은근히 그런 분위기까지도 즐길 줄 아는 딸이
부모곁을 떠나 객지에서도 함께 지낼 수 있게 된 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자식 자랑은 팔푼이나 하는 짓이라지만
누나를 잘 따르는 아들녀석과
동생을 챙겨줄 줄 아는 딸아이라서
이 하나만큼은자식들이 더 낫다는 생각이며
부모로써 적잖은 복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때문에 남매가 함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끼니때마다 무얼 먹고 사는지, 날씨가 더운날엔 어떻게 지내는지,
오늘처럼 추운 날엔 따뜻하게 입을 옷이나 있는지 하는 걱정들이
남매가 서로 잘 챙겨주리라는 믿음이 있어서
자식 걱정에 대한 마음의 무게를 훨씬 가볍게 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방심한 채느긋하게 지내왔던 일이
당혹스럽고후회스럽습니다.
며칠 전외출을 했던 딸 녀석이
길가는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위해좌판곁에 묶어놓은개에게 다가갔다가
개의이빨에 눈자위를 다친 사고가 났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집에서 애완견을 길러 본 것도 아니고
평소에 개를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개에게 다가가서 만지는 걸 보고서
딸 녀석도따라서 하다가그런 일이 벌어지고 말았던 모양입니다.
아들녀석이 병원에 함께 가서 상처난 눈 가장자리 1cm 쯤을 꿰메고
걱정되는 여러가지 후유증을 대비해서
예방주사도 맞았으니 걱정하지 말라곤 했지만
다 큰 녀석이 그런 조심성 조차 없었다는데 화가 나고 속이 상했습니다.
날카로운 이빨에 스쳤기에 상처가 그정도인 게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그런 일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은 뒤론
마치 물가에 내 보낸 자식처럼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하기 그지없습니다.
"부모가 만들어 준 귀한 몸인데 한갖 미물에게 흠집내게 했으니
너는 불효녀"라며 꾸짓는 나에게 아들녀석이
"아버지께서 덕을 많이 쌓으셔서 이 정도"라고
귀에 담기엔간지러운 말로 이런 나를 위로하고 있습니다.
이젠시집을 보내도 괜찮을 나이가 되었기에
올 겨울엔 좋은 사람이라도 생긴다면좋겠습니다.
"출가외인"이라는 옛말처럼 시집을 보내고 나면
이런저런 걱정거리를 몽땅 털어내 버릴 수 있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2007,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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