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1월 1일, 월요일 ) 이사를 마무리하고 난 한참 후에야 집 주변에 어떤 건물이 있고 무슨 가계가 있는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나 아직도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낮설기 그지없습니다. 이사를 올 당시까지만 해도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 하나는 얼마전 까지만 해도 밭 자리에 새로생겨난 마을이라서 그런지 만나는 사람들 마다몇 세대 더 젊은 사람들 일색으로서 갓 결혼한 새댁 아주머니들과 등에 업히거나, 유모차에 태워지거나, 아장아장 걷거나, 몸집에 버거워 보이는 가방을 매고 학교로 가는 어린아이들만 보일 뿐 내 또래의 사람들은 만나기가 쉽지않습니다. 넘겨 볼 수 있는 울타리가 있는 것도 아니요 항상 열려있어 마음대로 오갈 수 있는 사립문이 있는 것도 아닌 벽과 벽으로 단절되고 철문으로 닫혀 있어 관심이 없으면 몇년을 살아도 이웃집에 누가 사는지 조차 몰라도 괜찮을 곳이라지만 끼리끼리 뭉치는 게 사람들의 속성이라서 행여 젊은 이들로 하여금 혼자만 외톨이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우리집 위층에 사는 이들에겐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와 세살먹은 딸 아이가 있는 모양입니다. 우리보다 며칠 먼저 이사를 왔다는 그들의 집에서 시도 때도 없이 쉼없이 들려오는 쿵쾅거리는 소리는 새로 이사를 와서 가제도구를 정리하느라 나는 소리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게 어른과 아이들의 발자욱 소리라는 걸 안 뒤론 심난스럽기가 그지 없습니다.
아파트란 어떤 곳이라는 것도, 아랫층에 사람이 산다는 것을 모를 리 없을텐데 스스로 알아서 조심해 주면 더없이 좋을 일이나 희망사항일 뿐 하루이틀도 아니고 언제까지 이런 상황을 참고 견뎌내야 할 것인지 생각하면 이웃을 향한 좋지않은 감정이 생겨나기 전에 협조를 구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이런 면에 있어서 만큼은 이사를 온 새집 보다는 이웃끼리 함께 조심하며 살았던 옛집 생각이 물씬 납니다. 미리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며칠 전엔 여동생 내외와 누님과 조카들과 이사 온 집으로 처음 온 나의 딸과 아들이 함께 모인 자리가 어떻게 하다보니 송년행사 겸 집들이가 되었습니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새로 집을 사서 이사를 하게 되면 제일먼저 하는 행사가 집들이고 이웃에 인사를 하기 위해서 떡을 만들어 돌리곤 하였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내 집을 장만하는 일처럼 큰 일도 없었기에 집들이는 당연이 치뤄야 할 행사이기도 했습니다. 집들이에 초대를 받아 갈 때면 복을 기원하는 뜻으로 성냥과 양초를 그리고 생활필수품인 빨랫비누와 화장지를 선물로 가지고 다녔으나, 잦은 이사를 하고 사는 탓인지 아니면 예전보다는 인정이 삭막해진 탓인지 이사떡을 돌리는 일도 집들이 하는 풍습도 차츰 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세상에 있어 먹거리는 하차잖은 것에 지나지 않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깝게 해주는 건 예나 지금이나 그것만한 것도 없습니다. 젊은이들 틈바구니에서 살아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웃과 만나면 편하게 인사쯤은 나누며 지내고 싶어서 아내에게 떡 한 접시씩 돌리며 인사라도 먼저 건네라고 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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