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 밤(夜)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7. 29. 10:46


    ( 2005년 4월 24일 일요일 )

    검푸른 밤하늘에
    휘엉청 밝은 달과 무수한 별들이 쉼없이 운행을 계속하고 있는데도
    달빛이 곱고 별빛이 초롱한 까닭에
    "띠끌하나 없이 맑은 밤하늘"이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밤입니다.

    한 낮엔 깨어있어
    찬란한 태양이 빛나는 풍경을 늘 봐왔기에 무덤덤 하거나
    잠들어 늘 보지 못했던 탓에
    간혹 보는 어두운 밤 풍경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인지는
    내 자신도 모를 일입니다.

    눈이 부셔서 실눈을 뜨고도 눈이 부신 태양에 비해서
    두눈을 크게 뜨고 봐도 더 또렷하게 볼 수 없어서 안타까운 달이라서
    예전에 어떤 이가 나에게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달에 새겨놓고
    밤마다 애타게 그리워한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던 일도 있고보면
    사람들의 마음도
    밝은 대낮보다는 어스름한 달밤이라야 더 애틋해지나 봅니다.

    북두칠성, 북극성, 송사리별, 삼태성, 은하수.....
    우주의 끝이 어딘지
    어디에 있는 별에선 나를 닮은 사람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별들에 얽힌 전설을 생각할 때 만큼은
    어른이나 아이나 할 것 없이
    동화속의 나라에서 아름다운 꿈을 꾸는 사람들입니다.










( 지리산 칠선봉의 새벽풍경 )






    이럴 때 만큼은
    우주선이 보내온 분화구가 선명한 달의 사진과 행성들의 사진 보다는
    계수나무 아래서 떡방아를 찧는 토끼가 노니는 달이,
    칠월칠석날 오작교를 건너서 일년에 단 한번 만났다 헤어져야만 하는 견우와 직녀의 별이
    내 가슴속에 정겨움으로 다가오곤 합니다.

    한 여름이면 모깃불 피어나는 마당에 멍석을 펴 놓고서
    어머님의 무릅을 베게삼아 누워서 별을 바라보다가
    사선을 그으며 지는 별똥별을 향해 소원을 빌기도 했었던 밤이
    애틋함으로 내게 다가오곤 합니다.

    별똥별을 본 지가 언제였는지,
    또, 마당에 멍석을 펴놓고 누워본지가 언제였는지,
    생각해 보니 참으로 까마득한 일이며
    언제 또 그런 날이 있을런지나 모르겠습니다.

    정월이나 추석의 둥근 보름달이 아니어도
    맑은 밤하늘빛에
    반달이나 실낱같은 초승달이 별과 함께 있어주는 밤이라면
    어지러운 심사를 말끔하게 정리하고
    언제라도 편안한 안식을 취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고운 꿈도 함께 꾸며.......

'글 - 허공에 쓴 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142, 일기와 편지  (0) 2007.07.29
141, 농사와 인생철학  (0) 2007.07.29
139, 고사리나물  (0) 2007.07.29
138, 호연지기 ( 浩然之氣 )  (0) 2007.07.29
137, 3분  (0) 2007.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