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2003 送年편지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7. 29. 09:57

(2003, 12, 30 )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살아온 것은 아니었지만,
"잘 계시냐"는 인사에 필요한 촌각의 시간조차 쪼개지 못 할 만큼
바쁜 날들도 아니었습니다.


가끔은,

궁금해 했던 그런 마음 한 조각을 담아 보내고 싶다가도
수시로 깨지는 마음의 평정탓에 뒤로 미뤄놓기도 하고,
분주함을 핑계로 한쪽으로 재쳐놓으며
때로는 망각한 채 날들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또 한 해를 마무리 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올 한해 어떤 시간들로 채우셨는지요?
특별하게 기억될 기쁜 일도 없진 않았겠지만
혹여 두고두고 가슴을 아리게 할 상처로 지치진 않았는지요?

가까이 있으며 늘 봐도 반가운 사람들,
멀리 떨어져 있어 안타까운 사람들,
세상일이 그렇듯 다 좋을 수만은 없어 그냥 지나치면 마음편할 사람들,
반갑게 새로운 인연으로 맺어진 사람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차츰 희미해져 가는 모습과 옅어지는 기억들.......

이맘때면 늘 가슴조리는 뜻은
비록 내 뜻은 전혀 아니었을 지라도
알게 모르게 나로 인해서 속상함을 안겨준 일은 없었는지 걱정하는 까닭입니다.

행여그런 일이 있었다면
이 해가 다 가기 전에 용서를 비는 마음을 담아서 보내고 싶어서 입니다.
무거운 짐 털어낸 그 빈 자리에
사랑과 훈훈한 정으로 대신 채워지기를 바래는 마음에서 입니다.

또한,
내게 늘 고마운 사람들에게도
올 한햇동안 고마웠노라고,
새해에도 좋은 시간들을 함께 하자고,
앞으로도 오래도록 그렇게 살아 갈 수 있기를 비는
소망의 마음을 담아서 보내려는 마음에서 입니다.

한 해의 뒤안길에서면
그동안 미뤄놓거나 용기가 없어서 망설였던 일들,
용서를 비는 진솔한 마음을,
감사를 드리는 따뜻한 마음을,
사랑의 마음을, 그리움을, 그리고 가끔은 아쉬움의 마음까지도
채곡채곡 담아서 보내고 싶습니다.

새해엔

내가 아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사랑과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기를
기원하는 마음도 함께 담아서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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