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5월 02일 금요일 )
요즘처럼 자주 비가 오는 날엔
어렸을 적에 자주 들었던 "청개구리 이야기"가 생각나곤 합니다.
부모님 살아생전에 불효만 하고 살다가
돌아가신 뒤 냇가에 무덤을 많들어 놓고서
물에 떠내려 가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워서
비가 오는 날이면 울어대는 그 이야기 말입니다.
스스로 제 자신을 생각하기에 그런 청개구리는 아니었지만
지난 한식때 부모님 산소를 새 단장 해 놓고서 부터는
비가 내리는 날이면 새로심은 잔디가 휩쓸리지나 않을까 걱정을 하곤 합니다.
봄비치곤 제법 많은 비가 내린 뒤라서
내 마음속에 그런 걱정스러움 덜어내려고 고향에 내려갔다가
제법 파릇파릇 새 싹을 올리는 잔디를 바라보며
가지고 갔던 걱정을 씻은 듯 덜어냈습니다.
고향을 떠나오는 길에
마늘밭에서 마늘쫑을 뽑던 동네 아낙들이 손짓을 해 댑니다.
그렇잖아도 마늘 쫑을 좀 뽑아가서 반찬을 만들어 먹었으면 좋겠다던
아내의 이야기도 있었던 터라
겸사겸사해서 그곳으로 갔더니만 마른 오징어 안주와 술을 권합니다.
세상을 살다가 보면
불러주는 사람만큼 고마운 이도 없으며
그런 일만큼 좋은 일도 또한 없습니다.
누구에게든 초대를 받거나 부름을 받았을 때는
바쁜일도 뒤로 젖혀두고 달려가곤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세상을 살다가 보면
음식을 나눠먹는 일 만큼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깝게 하는 것도 없습니다.
막걸리 한 사발, 소주 한잔, 김치 한 조각.......
작은 것들은 마음의 부담스러움을 걱정하지 않을 일이라서
또 그 안에 따뜻한 인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일을 하는 들녘에 불려가 오래 앉아있는 건
농삿일을 방해하는 짓이라서
아주머니들께 술 한잔씩 부어드리며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 일어납니다.
고향을 떠나오는 길에
바다가 보이는 언덕베기 신작로에 이르렀을 무렵
해가 서산으로 기울며 그려놓은 노을이 곱게 물든 하늘과 바다의 풍경은
내 고향바다라서 그런지 어떤 풍경보다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고향이란 이래서 떠남이 아쉽고
다시 가고싶어하며 애틋하게 그리워하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함께 뛰어놀던 옛 친구와,
일을 하다말고 나를 불러주시던 고향마을 사람들과,
초가지붕 사이좋게 머릴 맞댄 채 옹기종기 모여있었던 평화로운 마을과
아름다운 바다가 내 기억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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