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4월 23일)
말년이 서글프셨던 내 부모님을 생각하는 날엔
저는 늘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고 맙니다.
그러나 오늘은 이유가 뭔지도 모르면서
저물어 가는 날에 자꾸만 아래로 내려앉은 먹구름만큼이나
내 마음도 따라서 무거워지는 듯 싶습니다.
오늘, 님의 아버님에 대한 우울한 소식을 접한 뒤
아내와 점심을 먹으면서
내 아버님과 어머님의 옛날 이야기를 했습니다.
누구든지 제 부모가 제일이었듯이
그런 생각은 저에게 있어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내 아버님과 어머님이 잠들어 계시는 고향을 말 할 때마다
저는 늘 "눈물나는 고향"이라 말을 하곤 합니다.
다하지 못한 효에 대해서 후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여한 남기지 않고 편안하게 보내드리지 못했음에 대한 죄스러움 때문입니다.
떠나야 하는 날을 조금이라도 미리 알았었더라면
그리 서운하게 보내드리진 않았을텐데.......
한갖 불효자식의 변명에 불과할 일이겠지만
가신 뒤부터 지금까지 줄곧 느끼는 회한과 아쉬움입니다.
사랑을 받은 만큼보다 더 많이 가슴 아프실 님께
남은 날들 동안 만이라도 슬픔은 속으로 삮히시며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만 할 일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도움 드리지 못함을 안타까워 하는 대신에
날씨 탓하며 함께 마음 무거워하는 것으로서
아픈 마음을 같이 하겠습니다.
떠나보내셔야 할 내일일을 위해서
벽에 등 기대어서라도 눈을 붙일 수 있는 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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