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53병동의 일기(11, 수술 후 아홉째날)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7. 9. 06:50
06시 30분,
입으로 음식을 먹기 시작했으니
기왕이면 원기회복에 도움이 되는 음식도 괜찮지 않겠냐는
어제 수간호사의 권유도 있었고,
나 역시 죽 종류라면 그게 좋을 것 같아서
아내를 아침일찍 남광주시장으로 보냈다.


07시 30분,
주치의(김서윤)가 와서 상태를 살피며 물을 때
부어올랐던 곳도 조금씩 빠지고 통증 또한 적어지는 느낌을 말했다.


08시 40분,
아침 회진을 온 의사(박철민)가 입안을 살피더니
잘 아물고 있다며 매일 통원치료가 가능하냐고 묻길레
문제없다고 대답을 했더니
오늘 하루 지켜봐서 내일쯤 퇴원을 하여 통원치료를 하자고 하길레
나도 모르게 "고맙습니다"라며 대답을 했다.

의사가 돌아가고 난 즉시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퇴원하라고 하니 준비하고 있는 음식은 놔두고 그냥 오라 했더니
어리둥절해 한다.

09시 00분,
매일 세번씩 정기적으로 맞는 주사가 처음엔 여섯종류였는데
이젠 항생제 하나만 맞는다.
그런데 항생제를 맞을 때마다 혈관에서 통증이 적지않으니
앞으로 세번을 더 맞아야만할 일이라지겹기 그지없다.

13시 30분,
창훈이 모자가 병문안을 와 있는 사이에
직장에서 동료들이 와서 쫓기는 듯 가고 말았다.
지난 3월에 고향마을의 뒷밭에 친구녀석이 묻힐 때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들고 울먹이던 모습을 본 이후 처음이라서
몇 마디 따뜻한 말이라도 해 주고 싶었으나
그리 못해서 아쉽기만 하다.

아버지의 친한 친구였기에
아버지가 죽을 때까지 도움을 받은 친구라 여기며
병문안을 와 준 모자가 가엾기 그지없다.
녀석이 살아있었다면
이들 모자를 대신해서 날마다 병실에 찾아와 주련만.......


18시 30분,
하룻밤만 자면 퇴원인데
직장에서 동료들이 병문안을 오고
고향친구들이 병문안을 왔기에 고맙기 그지없었지만
이젠 병문안 받는 일이 미안스럽게 여겨진다.

20시 30분,
내일 퇴원한다는 소식을 듣고서
둘째형님 내외분이 오셨다.
내게 서운함이 없지않을텐데도
내가 병원에 있는 동안
하루이틀만 빼놓고서 날마다 병원에 와 주셔서
무료한 시간을 함께 해 주셨으니 고맙기 그지없다.

가시는 길에
수박 한덩이와 음료수를 챙겨드렸다.


2007년 7월 5일(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