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53병동의 일기(8, 수술 후 여섯째날)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7. 8. 12:41

06시 00분,

아침에 눈을 뜬 아내가 꿈이야기를 하는데

출장을 떠났던 내가 이상하게 생긴 차를 몰고 돌아와

친구들에게 음식을 나눠 준 다음

다녀오겠노라며 차를 운전하고 떠나는 꿈을 꿨다고 한다.

옛날부터 차는 상여를 말하며

차를 타고 가는 꿈은 사람의 죽음을 미리 예견하는꿈이라는데.......

07시 00분,
전임 주치의가 위임인사차 들렀노라며 아침일찍 병실로 왔다.
수술을 받은 이후 지금까지
편한 마음으로 내 몸을 맞기고
의사를 믿으며 치료를 해왔기에 아쉽기 그지없었다.

내가 퇴원을 하여 통원치료를 하게되면
외래환자를 진료하는 곳에서 다시 만나게 될거란다.

07시 20분,
신임 주치의(김서윤)가 회진을 와서
물이나 쥬스는 마셔도 괜찮다고 한다.

내가 지금 걱정을 하는 것은
상처부위에 오염이 있을 경우엔 치유과정이 지금보다
훨씬 힘들고 복잡해질 거라는 말을 하도 많이 들었던 터라
가능한 입 속으론 오염에 관해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때까지는
의사가 뭐라고 해도 입안으론 아무것도 넣지 않고싶은 마음이다.

12시 00분,
직장동료들 다수가 문병을 다녀갔다.
피곤할텐데도 찾아와서 걱정해주는 마음들이 너무나 고마울 따름이다.

18시 00분,
주치의가 회진을 와서
"내일부터 죽을 먹어보자"는 말이 그리 반가울 수가 없다.
살기 위해서 내 입으로 무얼 넣는다는 사실이
경이로울 따름이다.

23시 00분,
드디어 영양제를 링거줄에서 떼어냈다.
내일 아침부터는 비록 죽이지만
숫가락으로 떠서 내 입으로 넣을 수 있게 되었다.


2007년 7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