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53병동의 일기(6, 수술 후 넷째날)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7. 8. 10:19

06시 30분,
친구 복영이가 깨죽을 쒀가지고 왔으나
금식하고 있는 탓에 아내가 대신해서 먹어야만 했다.
친구를 위해서 부인을 시켜 이른 새벽에 깨죽을 끓이는 마음이
깨죽만큼보다 더 내 가슴에 따뜻하게 와 닿았다.

08시 30분,
그동안 모든 주사를 오른손에 꼽아놓고 맞았던 탓에
팔이 붓고 통증이 있어서 왼손으로 옮기기 위해서 주사바늘을 뺏더니
비록 잠시동안이지만 묵여있는 곳에서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08시 40분,
서울에서 큰형님 내외와 내 딸 민희가 왔다.








09시 00분,
왼쪽 팔에 주사를 맞기 시작.

15시 00분,
국민학교 여자친구들 세화, 영자가 병문안을 다녀갔다.

16시 30분,
형님내외와 함께 서울로 떠나려는 민희가
닭똥같은 눈물을 쏟아내며 마음을 아프게 한다.
걱정하지 말고 가라며 다독이지만
병원밖을 나갈 때까지도 끊임없이 눈물을 쏟아내더라는
아내의 말을 들으면서 내 자식에 대한 애틋함에 눈을 지그시 감고 말았다.

19시 00분,
이모님 내외분과 담양 이모님댁 처남 내외가 병문안을 다녀갔다.

20시 00분,
큰누님네 조카들 성현내외와 종현이가 아이들을 데리고 병문안.

23시 00분,
몸에 한기가 느껴져 아내가 덥던 이불을 빼앗아 덮고 잠을 청했다.

6월의 마지막 날이다.
내게 있어서의 시련은
떠나가는 6월에 실려서 모두 보내고
새로 시작되는 7월부터는 건강과 행복만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2007년 6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