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53병동의 일기(5, 수술 후 셋째날)

00시 50분,
그에게 무슨일이 있었는지는 모를 일이나

표정을 잔뜩 찌그러뜨린 간호사가 들어오더니
여섯개의 주사기를 차례로 링거줄 연결부에 꼽고 마구 눌러댄다.

몸에서 느낌이 썩 좋지 못해
"주사를 빨리 놔서 그러는지 속이 울렁거린다"고 했더니만
항생제를 놓지 않아서 울렁거리지는 않을거라며
남아있던 나머지 네개의 주사를 처음처럼 눌러대고 훌쩍 나가버린다.

화가 치밀어 그 간호사를 불러 항의를 했으나
내 말은 참조를 하거나 들으려 하지도 않고
자기의 주장만 주절거려 놓고서 또 나가버려 속이 뒤집어질대로 뒤집어졌다.

02시 00분,
당직의사 2병이 병실로 와서
나와 간호사간에 있었던 상황을 설명듣고
환자의 불편호소에도 불구하고 참작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간호사를 대신하여 사과를 하겠다고 했으나,
나는 간호사로 부터 내가 이해할 수 있는해명과

진솔한 사과가 아니라면 수용할 수 없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엔 다른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병원 전체의 문제로 확대시키겠다고 했다.

간호사를 주지시키겠노라는 언질을 하고서

의사들이 돌아갔다.

05시 30분,
간호사(김ㅎㄹ)가 골반뼈를 떼어낸 부위에 응집된 피를 수거하기 위해서 왔길레
간밤에 있었던 상황에 대해서 환자의 입장을 설명하고
무엇이 문제였는지 지적을 하자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 사과를 한다고해놓고서도

내심 불만스러웠던지
"수간호사에게 특별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부탁하겠다"는 말을 하며 돌아서길레
"특별대우가 아니라 환자로써 정당한 대우를 바랄 뿐이다"라고 훈계를했다.

지난 밤에 수고를 했던 간호사와 비교를 했더니

자존심이 상했는지

그 간호사는 1년차 풋내기이고 자기는 간호사 4년차라기에

내가 만약 점수를 주는 입장이라면

그 간호사에게 당신의 4배를 더 주겠노라며

마지막 남은 자존심에 까지 상처를 입혔다.

그러고 보면 나도인생수련을 한참이나 더 해야만 할 일이다.

그러나

일천하기만 한 경력까지 들먹이는짓으로 봐서

기본적으로 되먹지 못한 것 같아 씁쓸하기만 했다.

09시 30분,
아침주사(혈액응고제, 항생제, 거담제, 위장약 등 6가지 주사)를 맞고
수술실에서 부터 달고 있었던 무통제를 제거했으나
무통제가 없으면 통증이 시작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10시 20분,
수간호사가 병실로 찾아왔기에
간밤에 나와 간호사간에 있었던 일들을 설명하고
그 간호사가 부탁하겠다는 특별대우를 내가 요구하겠다며
"내가 퇴원할 때까지는 그 간호사로 부터는 어떤 간호행위도 받지 않겠노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엔 병원 전체의 문제로 비화를 시키겠노라 천명을 하니

수간호사도내게 사과를 하며 내 의사를 수용하겠노라는 답을 했다.

16시 30분,
어제 맞기 시작한 영양제를 다 맞고나서 다시 교체.

22시 00분,
2층에 있는 치과에 가서 입안 소독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수술 이후 혀밑에 줄곧 있었던 큰 콩알정도의 피떡이 줄어들고 있음을 확인.


2007년 6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