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 인연 하나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11. 4. 18. 06:17

사람들은 흔히들법과 병원은멀리하며 사라고 합니다.

그러나살다보면 뜻밖의일들로 원치않은 곳을나들락거리는 일들이 생기곤 합니다.

청년시절 동네 녀석들과 수박서리를하다

파출소시멘트바닥에서 하룻밤을지샜던 일과,

십 수년 전 친구녀석의 옛 부인한테 불려나가

술대접을 해 주며친구녀석 험담에서 부터 자신의 신세타령까지 다듣고서돌아오던 길에

집앞 100m를 앞에 두고 음주단속에 걸려 벌금과운전 정지를 당했던씁쓰레한 일을 치룬 뒤론

지금까지 법에 초연한 척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반면에 약하게 세상에 온 터라

병원문을 나들락거리며 살아가야 하는건

처음부터정해진 운명이라여기고 있습니다.

작년 초가을부터 생겨난 잇몸의 염증이 걱정되어

일주일 간격으로 병원문을 나들락거린지도어느 새 두 달이다 지났습니다.

X-Ray 사진상으로 볼 때

과거에치료했던 이의신경 하나가 말썽을 일으킨 것으로 판단을 하고

씌운 걸 벋겨내 치료를 마쳤음에도크게 나아지질 않아

의사나 나 역시 심난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저한테 왜 어려운 일만 시키시는지...."하며 투덜거리는의사를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2007년5월,

턱뼈에 생긴종양을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기 위한 사전 준비부터 수술 후의 마무리까지

4년 동안 줄곧어려운일만 도맡아서 해온 의사로써 생색도 내 볼만할 일입니다.

나 또한 이 의사에게 미안한생각이 들어

염증이 생겨나던 초기에 집에서 가까운병원에 들렸던 적이 있었는데

이의 뿌리에 금이 가서염증이 생겼을 수가 있다며

수술을 해서금이 간뿌리 하나를 잘라내야 한다는 처방을 내립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물리적인 충격같은 건 받은 적도 없거니와

사진상으로 명확하게 나타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의사의 추측만을 믿고

지긋지긋한 수술을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서

하는 수 없이 믿고 입을 벌릴 수 있는곳을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새로 찍은 C/T를모니터를 통해유심히 들여다 보던 의사가한숨을 푹 내쉽니다.

어려운 문제에 부닥칠 때마다한숨을 내 뿜는 버릇이 있다는 걸 아는 나로선

혹시 큰 문제가 생기지 않았나 싶어서 잔뜩 긴장을 합니다.

"이 치아는 왜 뿌리 끄트머리가 이렇지?"하며중얼거리던의사가

전혀 문제가 없었던이를 가르키며

"이 치아가 괴사된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할까요?"....

의사가 환자한테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 것 보다는

어떻게 해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설명을 해 주는 게

환자 입장에선마음편할 일입니다.

문제의 이를 마취 조차하지 않는 채

구멍을 뚫고 신경까지 건드려도 아무런 감각조차 없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황당하기 그지없습니다.

처음부터문제에 바로 접근하지 못했다는아쉬움 보다는,

또 하나의 이가 말썽을 부렸다는 속상함 보다는,

원인을 재대로 찾아냈다는 생각에 그 동안 답답했던 마음이금새홀가분해 집니다.

그날 이후 사흘이 멀다하고생겨나던염증이 말끔하게사라지고

이젠 신경치료가 마무리되는 대로씌우기만 하면끝이 날것 같습니다.

며칠 전 병원문을 나서면서 의사에게

"얼른 마무리하고 이젠 제발 병원에서그만 좀 봅시다"라며웃긴했어도

언제 또 다시어떤 일로병원문을 나들락거리게 될런지는

누구도장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아프지 않고 살 수 있다면 또 모를 일이나

아플 때 찾아 가 믿고 몸을 맏길 수 있는 의사가 있다는 건

누구에게든 더없이 든든할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의사에게있어 나는 환자의 한 사람에 불과할른지 모를 일이나

내게 있어서그는소중한 인연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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