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 그날이 오면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8. 26. 13:36

여름의 기운이 꺾일 줄 모르는 나날들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은 물론 나무와 잡초들까지도많이 지쳐있는모습들입니다.


그러나 내일과 모레의 비소식과 함께8월도 어느덧 하순,
파란하늘에 하얀구름이 아름다운 가을도 얼마남지 않았다 생각하니
벌써 내 마음은작은 설레임으로 일렁이고 있습니다.

비록 어느날 하룻밤새 여름이 끝나고
그 다음날 아침에 곧바로 가을이 시작되는건 아닐지래도
내가 기다리고 있었던 그런 날이 오면
나를 짙누르고 있던 무거운것들은

떠나는 여름과 함께묻혀 가버릴것만 같아서입니다.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게 그런 날이 있기나 할까?........"

내 스스로에게묻고 붙였던숱하게 많은 질문과 의문부호가

지루한 장마와 숨막힐 듯한 무더위만큼 채곡채곡 쌓여서

지치고힘겨웠던날들도 이제 얼마남지 않았다 생각하니

내 마음이 설레일 수밖에 없는일입니다.

비록 상처의 흔적이 아직은 또렷하게 남겨져 있긴해도

세월의 약으로새 살로 채워서흔적없이 아무는 과정만 남겨져 있을 뿐

다시 도지거나 되풀이되는 일은 없으리라 바램하며 또 그렇게 믿습니다.

흔히들'무심하게 흐르는세월'이라고 들 해도
그냥 흐르는 것은 아니라서

흐름이 덧없거나, 빠름을 안타까워하거나, 더딤을 지루해 할 일이 아니라

인내하며 느긋하게때를 기다릴 줄도알아야 할 일입니다.

그런 다음,
내가 바램했던 날이 오면
우뚝솟은 산 꼭데기에 처음 올라선 사람처럼
황금들녘 한가운데 처음 거니는 사람처럼
산 아랫녘 눈에 보이는 풍경과
들녘에 펼쳐진 풍성한 기운들을 다 삼키려는 듯
두팔을 별려 가슴이 터질만큼 벅찬 기지개를 켜보고 싶습니다.

그런 날
그런 곳에서
그런 순간을
나와 함께 해주신다면
내겐 더없는 기쁨일 것입니다.

2007, 8,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