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딸의 축농증 수술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7. 29. 10:16
    (2004, 5, 31 )그날도 어김없이 이른 시간에 눈을 떳으나왠지 머리가 무겁고 몸이 자꾸만 가라앉는 느낌이라서 누운 채로 뒤척이다가 학교에 가야할 아들놈 밥을 지어 먹여 보낼 최소한의 시간을 10분 더 남겨놓고단잠에 취해있는 아내를 흔덜어 깨워 억지로 일으켜 앉혀놓았습니다.잠 버릇에 관한 나와 정 반대인 아내는아침이면 잠을 깨기가 쉽지않은 듯 일으켜 놓아도 앉은 채로 10여분을 더 졸아야만 정신을 차리곤 해서 제 스스로 일어나지 않을 땐 이렇게라도 해야만 고3인 아들놈의 아침 기분을 상하지 않게하는 방법입니다. 만약 그 시간에 잠을 깨우지 않는다면 내가 밥을 짓지 않는 한 아들녀석이 아침도 못 얻어먹고 부랴부랴 학교로 달려가야만 하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곤 합니다.아침밥을 먹지 못해 볼 부은 개구리 마냥 부어오른 아들녀석에게"빵 사먹어라" "컵라면 사먹어라"며 웃돈을 얹어주며 사정하듯 등을 떠 밀어내야 하는 아내를 바라보는 일도 한번두번이지 마음편하고 또 쉬운 일은 아닙니다.딸 아이의 축농증 수술을 하기로 예약이 되어있던 날이었지만이불을 덮어도 자꾸만 춥고 온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듯하여병원엔 어쩔 수 없이 아내만 보내고 나는 머리를 싸메고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왠만하면 감기몸살쯤은 몸으로 떼우곤 하지만시간이 갈 수록 몸의 상태가 좋지않아서 하는 수 없이 동네 병원에 다녀와 누워있으면서도 딸녀석 수술이 시작되었는지, 무사히 끝났는지,그리고 수술은 잘 되었는지 궁금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내가 4년 전 콧구멍 하나씩 일주일 간격으로 2주일에 걸쳐서 축농증 수술을 한 적이 있었는데예전의 축농증 수술에 비해서 내시경으로 간단하게 수술을 한다고는 하지만그 고통스러움이 어느정도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예전 나의 경우를 보면전신마취가 아닌 부분마취를 하고 수술을 했기때문에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1시간 반쯤 걸렸던 시간이야말로 하루보다 길었으며 수술이 끝나고 난 뒤에 간호사 부축을 받으며 내 발로 걸어 나올 정도이긴 해도계속되는 통증과 출혈, 그리고 어지러움증이 적잖게 뒤따르는 수술이었습니다.수술을 첫번째 할 땐 엉겹결에 해서 잘 몰랐지만일주일 후에 나머지 콧구멍을 뚫을려고 병원에 갈 땐마치 소가 도살장에 끓려가는 그런 기분과 같았습니다내 마음 같아선 하루에 두 구멍을 다 뚫어버렸으면 좋으련만 수술한 자리엔 거즈로 빽빽히 막아 숨을 쉴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출혈이 심해서 그렇게는 할 수 없다고 합니다.암튼, 과거에 내 아버님께서도 축농증 수술을 하셨고, 나와 내 딸녀석까지 그 수술을 해야만 했으니집안의 내림인지 유전인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그렇잖아도 평소에 딸녀석이 막힌 코를 팽~~!하고 풀 때면내가 무슨 큰 죄라도 지은 것 처럼 가슴이 덜컹거리곤 했었는데막상 수술까지 시켜놓고 보니 그런 생각이 더욱 무겁게 짙누르고 있었습니다.아내와 전화를 통해수술을 잘 마치고 병실로 돌아왔다길레 저으기 안심을 하며 딸녀석을 좀 바꿔달라고 했더니 전화를 받자마자 "아빠 나빠"하며 대성통곡을 합니다.
    수술의 고통을 충분히 아는지라나도 엉겹결에 "미안하다, 미안해~~!"하면서 딸녀석한테 통사정을 하고 있었는데눈치빠른 아내가 전화를 빼앗아 들고는 몸은 괜찮냐고 묻습니다.두시간쯤 더 지나서 다시 전화를 했더니만잠에서 막 깨어났다고며 전화를 바꿔주는데통증이 어느정도 가라앉았는지 딸녀석 목소리가 조금 안정이 되어있었습니다."괜찮냐?"'아까보다는 더 괜찮아요'"병원비가 오늘꺼만 해서 30만원이나 된다며?"'그래서요?'"응, 이달꺼 니 용돈 다 줬다 잉~!"'그런법이 어디있어요?'"아빠가 나쁘다며? 전화 끊는다!" 한쪽만 막혀서 수술을 한번으로 끝낼 수 있었으니그나마 다행스러울 일입니다.오늘은 수술한지 닷새만에코속에 쑤셔박아놓은 거즈를 빼러 가는 날입니다.수술을 하던 날엔 내가 하는 것처럼 아팟었고내 콧속에서 꺼즈를 빼내는 것 처럼 오늘은 시원하기만 합니다.비록 내 딸이 이런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한다 해도 결코 서운할 일은 아닙니다.있는 것 다 주고서도더 주지 못해 두리번 거리며 안타까워 하셨던 부모님 마음을 내가 몰랐던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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