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07월 08일 화요일 )
지난해 6,25때 빨치산의 활동본거지가 있었다는 광양에 있는 백운산을
그 무렵에 갔었던 것은 우연이긴 했으나
산을 오르는 동안에도, 그 산을 다녀온 한참 뒤로도
내 의식속에 그 산에 대한 여운이 짙게 남아있었던 이유는
그 산 능선에 군데군데 피어있던 선홍빛 참나리꽃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들풀 중에 억새만큼 억척스러운 놈은 없습니다.
바람이 닿는 곳 어디에든 씨를 뿌리고
흙이 있는 곳 어디에든 뿌리를 내려서
정월의 들불처럼 들로 산으로 거침없이 번저 나갑니다.
들풀 중에서 억새만큼 제 몫을 다 누리는 놈도 없습니다.
봄에는 연초록의 금잔디인 것 처럼
여름엔 상큼한 실록의 초원인 것 처럼
가을엔 산야에 출렁이는 은빛물결처럼
그러다가 삭풍이 부는 겨울엔 죽어서도 꽃대에 눈꽃을 피워냅니다.
그러니 억새가 뿌리를 내리는 곳엔
비록 먼저 자리잡고 있었다 할지라도
다른 풀들은 별 수 없이 그 자리를 내어 줘야만 할 수밖 없어서
이 녀석들을 무례한 점령군이라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백운산에 가서야 알았습니다.
사람의 무릅만큼 자란 억새풀 사이에서
가느다란 꽃대를 당당히 올려놓은 채 핏빛으로 피어난 꽃,
바로 참나리 꽃입니다.
빨치산의 활동무대였다는 백운산 능선, 그리고 6월 25일.
복잡하게 얽혀서 흐르는 감정을 형용할 수가 없었지만 잠시일 뿐
억새풀이 어우러진 초원에 선명한 주황색의 꽃이 피어있으니
눈으로 보여지는 풍경만으론 참으로 아름답기 그지없었습니다.
억샌 녀석들 틈새를 당당히 비집고서
자태를 한껏 뽐내는 산나리도 아름다웠지만
작은 자리나마 내어주는 억새의 여유로움도 보기가 좋았습니다.
며칠 전 무등산에 갔을 때
산 능선 억새밭에 참나리꽃이 활짝 피어있는 모습을 보며
지난 해 백운산에서의 억새와 참나리가 떠올랐지만
그때처럼 억새풀을 점령군인 것처럼
참나리꽃을 사람들이 흘린 피처럼 연상되지 않아서 더 좋았습니다.
아름다운 꽃을 보며
아픈 기억들을 연상한다는 것은
애써 피어난 꽃에게도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지난해 6,25때 빨치산의 활동본거지가 있었다는 광양에 있는 백운산을
그 무렵에 갔었던 것은 우연이긴 했으나
산을 오르는 동안에도, 그 산을 다녀온 한참 뒤로도
내 의식속에 그 산에 대한 여운이 짙게 남아있었던 이유는
그 산 능선에 군데군데 피어있던 선홍빛 참나리꽃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들풀 중에 억새만큼 억척스러운 놈은 없습니다.
바람이 닿는 곳 어디에든 씨를 뿌리고
흙이 있는 곳 어디에든 뿌리를 내려서
정월의 들불처럼 들로 산으로 거침없이 번저 나갑니다.
들풀 중에서 억새만큼 제 몫을 다 누리는 놈도 없습니다.
봄에는 연초록의 금잔디인 것 처럼
여름엔 상큼한 실록의 초원인 것 처럼
가을엔 산야에 출렁이는 은빛물결처럼
그러다가 삭풍이 부는 겨울엔 죽어서도 꽃대에 눈꽃을 피워냅니다.
그러니 억새가 뿌리를 내리는 곳엔
비록 먼저 자리잡고 있었다 할지라도
다른 풀들은 별 수 없이 그 자리를 내어 줘야만 할 수밖 없어서
이 녀석들을 무례한 점령군이라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백운산에 가서야 알았습니다.
사람의 무릅만큼 자란 억새풀 사이에서
가느다란 꽃대를 당당히 올려놓은 채 핏빛으로 피어난 꽃,
바로 참나리 꽃입니다.
빨치산의 활동무대였다는 백운산 능선, 그리고 6월 25일.
복잡하게 얽혀서 흐르는 감정을 형용할 수가 없었지만 잠시일 뿐
억새풀이 어우러진 초원에 선명한 주황색의 꽃이 피어있으니
눈으로 보여지는 풍경만으론 참으로 아름답기 그지없었습니다.
억샌 녀석들 틈새를 당당히 비집고서
자태를 한껏 뽐내는 산나리도 아름다웠지만
작은 자리나마 내어주는 억새의 여유로움도 보기가 좋았습니다.
며칠 전 무등산에 갔을 때
산 능선 억새밭에 참나리꽃이 활짝 피어있는 모습을 보며
지난 해 백운산에서의 억새와 참나리가 떠올랐지만
그때처럼 억새풀을 점령군인 것처럼
참나리꽃을 사람들이 흘린 피처럼 연상되지 않아서 더 좋았습니다.
아름다운 꽃을 보며
아픈 기억들을 연상한다는 것은
애써 피어난 꽃에게도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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