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3월과 아침안개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7. 29. 07:50

( 2003년 3월 02일 일요일 )


송년과 새해인사를 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두달을 훌쩍 보내고 안개가 자욱한3월의 이틀째 아침을 맞았습니다.
내게 있어 세월은 예전에도 늘 그랬듯이
내 뜻과는 전혀 상관없이 강물흐르듯 유유히 흘러

짙은 안개속으로 사라져 가버리곤합니다.

겨울의 뒤끝 이맘때 쯤이면
아침안개가 짙게 낀 들길을 지날 때
진한 흙냄새를 맡으며 봄이 가까이 왔음을 느끼곤 했던
오래전 생각이 떠오르곤 합니다.

안개끼는 일 수가 년중 7일밖에 되질 않아서
공항으로서 기후와 입지조건이 좋다는 이유로
요즈음 한창 국제공항의 터를 닦고있는 곳이
고향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입니다.

아침안개가 그리 흔하지 않았던 곳에서 자랐음에도
그것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또렸한 것을 보면
내 어릴적에도 안개속에 베어있는 봄의 향기에 대한 느낌이
꽤나 짙게 각인되었던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밤낮의 기온차와 地溫과 氣溫의 차이 탓에 안개가 생긴다지요?
그 안개속에서 봄의 흙향기를 맡았으니
틀림없이 그 무렵도 3월이었다는 생각입니다.

출근하는 길에 영산강의 지류인 황룡강을 건너다니다 보면
사계절 어느때건 상관없이 안개가 짙게 끼어있는 풍경을 자주 봅니다.
그러나 요즈음, 아침안개 속에는 오염물질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다보니
안개낀 풍경을 바라보는 마음 또한
예전의 정서와 많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요즈음에 가끔씩 고향에 가 봐도
예전의 향긋한 흙냄새라곤 도무지 느낄 수조차 없는 것은
내 감각이 무뎌진 탓인지,
아니면 내가 그런 마음의 정서를 잃어버린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그런 흙향기가 실제로 사라져 버린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일입니다.

해마다 3월이면
흰 저고리에 검정치마를 입고서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언덕베기로 쑥을 캐러가던 누님들의 모습이 그리워지고,
따뜻한 양지녘에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핀 할미꽃도,
밭둑 여기저기에 핀 보라빛의 앙증맞은 제비꽃도,
느껴질 듯 말 듯한 가냘픈 진달래꽃의 향기를
더 짙게 느껴보고 싶은 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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