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02월 08일 토요일 ) 어느덧 2월도 중순이 멀지않고 피부로 느껴지는 기운도 포근하니 이른 새벽부터 촉촉하게 내리는 이 비는 봄을 제촉하는 비가 틀림없습니다. 때로는 피곤한 삶이 지겨워서 세월의 더딤을 지루해 하거나 가끔은 바쁜 삶을 살면서 세월의 빠름을 아쉬워 하곤 하지만 계절은 잘 다듬어서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쉼없이 잘도 돌아가고 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또 다시 봄..... 해마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봄이지만 따지고 보면 이는 작년에 떠나갔던 봄이 아닌 새로운 봄이듯 톱니바퀴처럼 돌아 제자리로 다시 돌아오는 계절이 아니라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을 과거로 떠나는 과정의 연속일 뿐입니다. 그러고 보면 이 세상에 길고 짧은 것은 있으되 영원한 것은 하나도 없다라는 생각이라면 시간의 흐름도, 계절의 바뀜도, 내 생을 마감하는 죽음까지도 아쉬워 하거나 초조해 할 일만은 아닙니다. 그러나 나는 어리석은 탓에 시간은 과거속으로 영원히 흐른다는 사실조차 망각한 채 마치 언제까지나 내게 머물러 줄 것처럼 여기며 살다가 세월이 지나간 흔적이 뚜렸해진 거울속의 내 모습을 바라보며 오고가는 계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뒤늦게서야 조금씩 깨닫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기회란 흘러보낸 뒤에서야 깨닫고 놓쳐버린 것에 대해 어김없이 후회를 되풀이하듯 내게 의미없이 지나간 시간 역시 미련과 아쉬움으로 되새김질 해 보지만 과거에 집착하는 건 한갖 부질없는 짓일 뿐입니다. 다만, 내게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을런지는 모를 일이나 주어지는 시간들에 있어 내게 오는 모든 것들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며 마음을 여미니 이제서야 나도 철이 드는가 봅니다. 내게 오는 시간들 동안 또 다른 기회는 주어지지 않을지래도 나와 함께 할 모든 이들을 더욱 소중한 인연으로 자리메김해 놓는다면 내 삶을 마감할 때 홀로 떠나는 쓸쓸함은 곱씹지 않아도 될 일입니다. '마음은 아직도 그대로'라는 건 부질없는 미련과 바램일 뿐, 이제 내게 남은 시간들은 늙고, 병들고, 죽어갈 일들 뿐일 것 같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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