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친구 어머니와 친구 부인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7. 28. 12:49

( 2002-03-12 )

미국에 계시는 친구의 어머님께서는
일흔이 훨씬 넘기셨는데도 내가 안부를 몇 마디 묻기도 전에
곱디고우신 목소리로 당신의 안타까움과 걱정스러운 마음을 울먹이시며 전합니다.

"우리 며느리가 행여 너희집에 들려서
자기주장을 할 때 옆에서 동조를 해 주기라도 한다면
자기의 주장이 더 옳다고 생각할 게 뻔해서 큰 일"이라며
나와 아내가 당신의 며느리를 어떻게 대해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하십니다.

몇 년만에 들어보는 친구 어머니의 목소리가 비록 건강하시긴 했지만
자식의 가정에 드리워진 먹구름 때문에 걱정을 가득 안고 계시는 것 같아서
몇 마디 말로써 위로를 드리지만
어머니를 안심시켜드리기엔 아무레도 역부족입니다.

우리가 중학교 3학년때 일찍 홀로 되신 어머니께서
10여년전에 내 집에 오셔서 하룻밤 주무시고 가실 때
얼굴에 주룸살이 깊어지신 모습이셨습니다.

머나먼 이국 땅일지라도
다른 아들보다 효심이 깊은 둘째아들의 옆에 계시니
고향을 떠나 사시는 외로움도 덜 하시리라 생각했었는데
아들과 며느리 사이에 생겨난 갈등을
곁에서 또 혼자서 지켜보고 계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안쓰러운 생각에 마음이 아픕니다.

어머니께선 "친구라곤 너 하나밖에 없는데
너라도 이럴 때 옆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냐?"고 하시는 말씀을 듣고보니
사람 사귀는 일에 관한한 그 녀석이나 나나 똑 같아서
세상을 외롭게 살아가야 하는 건 그야말로 자업자득입니다.

나는 그래도 내 땅에 살면서
고향친구들, 직장동료들, 이웃들, 형제들과 어울리며 사는데
녀석은 가족 말고는 마음 기댈만한 아무것도 없는 녀석은
아내와 갈등까지 겪으며 심난해 할 것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출근을 하자마자 집사람한테서
종식이 엄마가 오늘 오후에 우리집에 들렀다가
저녁에 서울로 올라가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전화가 옵니다.
종식이는 미국에 있는 친구놈의 큰 아이 이름입니다.

친구의 부인께선 예전 전화통화에서
'귀국하면 하룻밤 묵어가겠다'고 했었기에
언제쯤 연락이 오려나 기다렸으나
오셔서 하룻밤도 안 주무시고 곧 바로 서울로 가시겠다니
오늘은 퇴근을 하자마자 곧 바로 집으로 돌아가
손님을 맞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신경이 곤두세워진 채로 귀국한 친구 부인께
남편의 친구 입장에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암담할 일이나
어머니의 걱정에 조금이라도 누를 끼치는 일을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지만
가정이라는 태두리는 누구도 함부로 간섭을 해서도 할 수도 없는 일이고 보면
어설픈 조언 보다는 이야기를 경청해야 할 것 같습니다.

비록 지금은 서로 갈등을 하고 있지만 반드시 극복하리라 믿으며
부부란 하룻밤새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말도 있고 보면
지금 어설프게 편을 들었다가 나중에 서로 화목하게 된 이후에
친구든 친구 부인이든 어느 한편으로 부터
질타의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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