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싸움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7. 28. 12:46

( 2002-03-04 )

몸싸움이든 말싸움이든
싸움이란 어차피 상대방과 대화로 해결할 것을 포기한 뒤에 생겨난 일이라
치부를 다 들어내놓고 갈데까지 가고야 말아서
보기 민망하거나 흉한 광경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가다가 구경하기에 괜찮다 싶은 싸움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어떤 싸움이든 당사자의 입장에서 보면
속이 온전한 채 싸우는 사람은 없을거라는 생각에
일상에서 왠만하면 싸움에 말려들지 않는 것이
최상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언쟁, 즉 말로하는 싸움에선
상식과 지식과 독설과 아집과 오기와 우격다짐까지도 다 동원시켜야만
유리한 고지에 설 수가 있습니다.

언쟁을 잘 하는 사람들은
어떤 경우에도 냉철함을 잃지않은 채
상대방의 비위를 요소요소 잘 긁어서
바글바글 끓게 만들고 마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입니다.

언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내 자신의 상식과 지식을 근거로 상대방을 제압하거나
머리속에 들어있는 것은 별로 없을 땐
우격다짐이라도 잘 하면 될 일입니다.

언쟁이 벌어지는 순간에 내가 그곳에 있을 때면
옳고 그름 보다는 누가 나와 같은 편인지 먼저 따지게 되고
알게 모르게 내 자신도 어느 편에 서게 되므로써
싸움을 하는 당사자나 곁에 있는 사람이나
마음을 다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러고 보면 가능한 싸움에 휘말리지 않고 사는 것이 지혜로울 일이나
원치는 않았을지래도 구경꾼이 되었을 땐
주먹으로 치고박고 하는 싸움이 아니라면
서로를 떼어놓고 보는 게 최상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평소에 취미삼아 글을 써서 올리곤 하는 인터넷 싸이트에서
처음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두 여자분이 글로써 혈투를 벌이고 있었는데
구경꾼들까지도 두 편으로 갈라져서 싸움을 부추기거나
합세를 해서 온통 아수라장이 되어 있습니다.

한때는 나 역시도 두 여자분들과 글로써 서로 좋은 느낌으로 교감하던 사이인데
이성을 상실한 채 거품을 물고 날뛰는 모습들이
서로 끝장을 보지 않는 한 끝나지 않을 싸움일 것 같습니다.

이런 싸움을 말리려 나서다 보면
양쪽으로 부터 욕을 먹게 되거나
원치않는 싸움에 알게 모르게 휘말리게 되어있어서
이럴 땐 구경조차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할 일입니다.

정숙하고 온순하게 비춰졌던 사람들이
독설은 물론 원색적인 욕설을 쉼없이 쏟아내는 모습을 보며
인간의 양면성에 새삼 놀랍습니다.

이 사람들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되돌아 갈런지는 모르겠으나
내 예감으론 최소한 이 싸이트에서 만큼은
얼굴 내밀며 살아가기는 쉽지않을 일일 것 같습니다.

간혹, 얼굴에 철판을 두껍게 깔고 사는 사람도 있긴 있습디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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