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내게 왜 이런 일이...(9)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6. 25. 00:09

오늘 병원에 입원을 하고
계획대로 내일 수술을 받게되겠지만

퇴원은 언제가 될지알 수 없는 일이다.

턱뼈의 종양을 발견한 지 한달 하고도 보름이 흐르는 동안
마음의 평정을 잃지않으려 부단히 애를 썼던나날들....,
더 많이 가라앉지 않고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수술을 받을 날과 시간이 가까워 올 수록
안정되어있던 마음도 많이 흐트러지는 느낌이다.
하필이면 이럴 때 장마가 시작되어 연일두고 비가 오락가락하니
무거운 마음에 어두움마져 짙어지는 것 같다.

평소에 가까운 친구나 이웃보다 더 멀게만 느껴졌던 형제들이
나를 위해서 걱정을 하며 울먹이니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았어야 할 일이었음에도
걱정만 끼쳐놓은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어차피 내가 치뤄야 할 일이고
내가 감수해야만 할 일이라서
담담하고 의연해져야만 하나
내 바램과는 반대로 자꾸만 거꾸로 가는 것 같다.

평소에 나의 사람됨이 모질거나 강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이 처럼 약한 사람이였다는 것 또한 새삼 깨닫는다.

쇠는 두둘길수록 강해진다는데
수술을 하고나면
나 또한 더 강한 사람이 될수 있을런지 모르겠으나
지금 이 싯점에서 그런 생각은 사치일 뿐,
내 머리속엔 온통
수술대와 그 위에 누워있는 내 자신의 모습 뿐이다.

내 아내와 딸과 아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게 너무 가슴아프다.

그런 일을 생각해서라도
어떻게든 견뎌내야만 한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란
오직 이것 뿐이다.

2007, 6, 25일,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