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내게 왜 이런 일이(6)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6. 8. 18:44

2년마다 한번씩 하는 종합검진을 하는 과정에서
초음파와 X-RAY 사진상으로 아내의 가슴에
직경 약 5mm 크기의 결절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 보니
내게 생긴 일만으로도 심난스럽기 그지없는데
설상가상도 유분수지 또 무슨 날벼락인가 싶었다.

전문의와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
"생김새로 보아 물혹이나 양성종양으로 보이며
요즈음엔 유방을 절제하지 않고 맘모톰이라는 기계를 이용하여
그 결절만 간단하게 떼어낼 수 있고
조직검사를 해서 결과를 보면 된다"는 설명에 조금 안심은 되었지만
악성일 가능성 또한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일이라

심난스러운 건 마찬가지였다.

마침 그 병원에서 그 시술을 한다며
가능한 빨리 제거하고 조직검사도 해야 한다기에
의사를 믿고 시술 비용과 시술 날짜와 시간을 예약하고서 돌아왔던 게

나흘전의 일이었다.

어제(6월 7일)는 아내의 시술을 하기로 약속이 되어있던 날이라
아침도 먹지 말아야 한다기에 물한모금 마시지 않고서
시간에 맞춰 막 나가려던 순간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통화를 끝낸 아내가 나에게
"기계가 고장이 나서 시술을 할 수 없으니 병원에 오지 말라고 한다"는
일방적인 통보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길레
화가 치밀어 병원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하루 전에라도 미리 연락을 해 주던가
다른 병원으로 연결을 해 주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 아닌가?"라며
"아무리 의술은 없고 상술만 있다는 세상이지만 기본적인 예의조차 없냐"며

원장에게 따졌다.

병원에 신뢰가 떨어지니
기계를 고친 다음까지 기다려서 시술을 할 마음은 켜녕
어떤 일이 있어도 그런 무책임한 병원엔 가기조차 싫어졌다.

병원장의 몇 마디 사과와 더불어
곧장 시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을 알아 봐주기로 하고서 전화를 끊었지만
직장 출근도 접은 채 준비를 하고 있었던 나의 입장에서
병원측의 처사에 대한 불쾌함은 쉽게 삭혀지질 않았다.

결국엔 그 병원에서 연결을 해 준 다른 병원으로 가서
초음파와 기타 필요한 검사를 처음부터 다시 하고선
그 자리에서 곧바로 시술을 해서 결절을 제거하기에 이르렀다.

10분도 채 걸리지 않은 시간에 시술을 모두 마친 의사가
떼어낸 조직 5조각을 보여주며
문제가 있는 부분이 어떤 것이었는지 나에게 설명을 해 주지만
나의 머릿속에는 떼어낸 게 어떤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오직 조직검사의 결과가 아무것도 아니기만을 바랠 뿐이었다.

보험 적용이 되지않은 초음파검사와 시술비용
그리고 조직검사 비용까지 72,4000원을 치루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통증이 심해서 약국에 들러 진통제를 사 먹이고 나니
한시간 후쯤엔 통증이 가라앉은 모양이다.

간밤에 아버님 꿈을 꾸고서 아내에게
"혹시 오늘 좋지않은 일이 생길런지 모르니까 조심하자"고 했었던 게

새벽이었는데 시술을 예약했던 병원과 아침에 불쾌했던 일 말고는

더 이상 다른 안 좋은 일은 생겨나지 않아다행스러울 일이다.

아내를 혼자있게 하고서 예약이 되어있는 치과병원에 가서

두시간 가까이 걸려서 어금니 두개의 신경치료를 마무리 했다.

이 병원에 처음 들렀을 때부터의사와 간호사의 친절은 물론이고

대학병원에서 해야 할 수술에 대비하여사전 준비의 역할만 맡겨

금전적으로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일임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기간을 단축해서 환자의 고통을덜여주려는배려가 하도 고마워서

지난번 병원에 들렀을 때작은 성의를 표시했던 일도 있고 보면

아침에 아내가 시술하려 했던 병원과는 너무나 대조적이 아닐 수 없다.

치과에선 "어금니 말고 나머지는 신경치료에 시간은 걸리지 않을 것"이라니

한 시름 놓여지긴 해도수술을 해야 할 날짜가

성큼 다가오는 것 같아서 심난스럽다.

오늘 점심시간이 지날 쯤
아내의 조직검사 결과를 통보받았다.
"아무런 걱정 안해도 될 물혹이었다"고.......

2007년의 6월과 7월은

내게있어선 어느 해보다 힘겨울 시간일 것 같다.

그래서 올 여름의 의미를
"내 가족에게 붙어있는 우환을 모두 떼어버리는 계절"로 자리메김 해 놓고서
가을부터는 아무런 걱정도 없이 살아갈 수 있다는 그런 희망이라도 갖고 살아야겠다.

내겐 지금보다 더 내려갈 아래는 없으니까.......

2007년 6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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