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내게 왜 이런 일이(4)

Posted by 虛手(허수)/곽문구 글 - 허공에 쓴 편지 : 2007. 5. 26. 17:16

조직검사를 위해서 떼어낸 자리가
알사탕 하나를 넣어놓은 것 처럼 부어올랐다.

마음같아선 직장이고 뭐고 그냥 집에 눌러있고 싶으나

그럴수도 없는 노릇이라서 천근만큼 무거운 걸음으로 출근을 했으나
보는 이들마다 턱이 왜 그렇게 부었냐고 묻는 말이 그리 싫을 수가 없다.

6월 어느날 쯤 수술을 하게 되면 누구나 다 알 일이라서
많이 망설이다 옆자리에 앉은 동료와 친구에게
사실 그대로를 이야기 해 놓고나니
감춰놓는 것 보다는 차라리 마음편할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부었던 곳이 일주일이 가까워 올 무렵에야 가라앉기 시작하고서 부터
외형상으론 아무렇지도 않게 보였지만 조직을 떼어내고 꼬맨 자리에선
쉼없이 피가 흘러나와 불편하기 그지없으나
훗날 있을 수술을 상상하면 이정도 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졌다.

마음이 심난해 있으니 깨어있는 순간 보다는

잠에 취해있는 시간이 너무나 행복했다.
꿈결에서나보다 생일이 넉달 빠른6촌 형제로써
어릴적부터 죽마고우라서 형이라고 부르기가 불편했던 이가
세상을 떠난지 25년도 더 되었는데 오랜만에 꿈에서 보이고
안 좋은 일이 있기 전엔 어김없이 꿈에서 나타나곤 하셨던 아버님도 뵈었다.

6년 전 아버님을 내 집에서 보내드리고 난 뒤부터
꿈에서 뵙고 나면어김없이 좋지않은 일이 생기곤 해서
아버님의 꿈에 대해서 참으로 이상하게 여길때가 있었다.

그런 일이 되풀이 되면서 부터아버님의 꿈을 꾸고 난 다음이면

식구들에게 까지 그날 하루만큼은조심하라일렀고

가끔씩은 불쑥 생겨난 심난스러웠던일도 꿈 덕분에 무사히 넘길 때가 있었다.

수족을 전혀 쓰지 못하신 채
마지막 여생을 나의 집에서 보내셨던 아버님의 자식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내게 보내주시는 걱정이라 여기면서 부터
아버님의 꿈을 꾸는 날엔 내 식구들한테

각별히 조심을 하라고 이르는 일 만큼은 빼놓지 않고 하는 일이다.

꿈이란 게 참으로 묘할 때가 있다.
죽마고우이자 형뻘이었던 친구가 세상을 떠난 다음에
꽤나 오랫동안 꿈에 자주 나타났었고

그럴 때마다 식은 땀에 흠뻑 젖곤 했었다.

그 친구가 꿈에서 나타나곤 했던 배경은
고향마을의 뒷 잔등에 고인돌로 여겨지는독베기라는 곳으로
그 친구와 나의증조부님을 모셨던 선산이기도 했었으나
지금은 내 조부모님과 아버님이 그곳에서 조금 아랫녘에 잠들어 계신다.

그러던 어느날 고향에 성묘를 가면서
그 친구가 꿈에 보이곤 했던 독베기를 지나는 길에
"좋은 곳에 가서 편안히 쉬시게"하며 술 한잔 부어놓고돌아 온 다음부턴
이상하게마음도 편해지고 그 친구가 꿈에서 나타나는 일은 한번도 없었는데

오랫동안꿈에서 나타나지 않던그 친구가 다시보이는 것은이상할 일이었다.

아버님의 꿈을 며칠동안 계속해서 꾸다 보니
눈을 감으면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던 마음이 위안을 얻었는지
조금씩 평온을 되찾아 가는 것 같다.

이틀간의 휴일 중에 하루만큼은

어떤 일이 있어도산으로 가곤 했던 일도 접어놓은 채
매사 아무런 의욕도없어서 그냥 집에 눌러 있으려는데
아내가 이런 나를 가만 두질 않고 자꾸만 등을 떠밀어 낸다.

집에서 하루종일 심난해 하며 보내는 것 보다는
밖으로 나와서 바람이라도 쐬는 게 훨씬 나은 일임엔 틀림이 없다.

평소엔 내가 아내를 산으로 내 쫓듯 해왔지만 이젠 서로의 입장이 바뀌었다.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어야 할 가장으로써

심약해진 모습을 보이는 게 너무 미안했지만
심난스러울 속마음 숨기고 이런 나를 다독거려 줄 줄 아내가 고맙기 그지없다.

일주일쯤 걸릴 거라는 조직검사 결과는
그날, 그 다음날에도 감감무소식이라 답답하기 그지없으나
연조직과 뼈를 함께검사를 하느라고 다소 늦어진다는 대답만 있을 뿐,
주말과 휴일을 넘기고 다음 주 화요일에야 연락을 받고 병원에 갔다.

다행스럽게도 검사 결과는 '물혹의 한 종류'로 나왔다고 의사가 말을 한다.
그러나 문제는 턱뼈를 통째로 잘라내야 할 것인지
물혹으로 침식이 된 부위를 갉아내고 뼈를 이식해야 할 것인지
의사로써도 쉽게 결정을 못하고 환자에게 의견을 물어보니

실로 답답할 노릇이다.

내 입장에선 당연히 턱뼈와 이를 보존한 채 갉아내고 이식을 하는 것이었지만
재발 가능성에 있어선 잘라내는 것 보다는 안심할 수 없는 방법인가 보다.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일단은 열개의 이를 신경치료 한 다음에
수술과정에서 의사가 확인하고 방법을 결정하기로 했다.

신경치료란 잇몸을 살리는 전재로 한 것이지만
수술과정에서 어떻게 될런지는 나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대학병원에선 환자들이 밀려있는 까닭에
진료의뢰서를 보냈던 나를 처음 진료했던 병원에 신경치료를의뢰해 준다.
하루라도 빨리 수술을 해 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나
열개의 이에 대해 신경치료를 할려면 시간이

또 얼마나 걸릴 것인지 모르겠다.

조직을 떼어내고 꼬맨 곳에서
며칠 전부터는 느낌이 불쾌한 농이 쉼없이 나와
큰 문제가 생겨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되어
어젠 하는 수 없이 대학병원 담당의사한테 달려갔더니
곧 아물테니 아무런 걱정을 하지 말라며 약도 먹을 필요가 없다고 한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다 가고 있다.
5월의 지난날들을 어떻게 살았는지,
그리고 오는 6월은 어떻게 살아야 할는지,
또 7월엔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런지 생각하면 모두가 암담할 뿐이다.

2007, 5, 26일.